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 이후 엿새가 지나도록 북한 당국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선언에 대해 좋게 얘기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북한이 과거 한국 정부의 선언에 대해 좋게 얘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6일 ‘베를린 구상’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이 당국자는 통일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지난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때도 북한은 ‘허튼소리’라고 반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한국 정부 차원의 대북 경제협력 의지를 밝히는 등 대북 제안을 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6일 만에 내놓은 `노동신문' 논평에서 ‘심히 자극적인 말들이 있는가 하면 대세니 고립이니 야망이니 하는 극히 모독적인 소리까지 들어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나아가 ‘이런 허튼소리를 하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라고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나온 지 석 달 만에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림으로써 북한의 대외적인 입장 표명과 남북관계 전망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통일부 당국자의 11일 언급은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정황에 빗대어 북한의 표면적인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지난 6일 ‘베를린 구상’ 발표 이후 엿새째인 11일 오전까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셈법이 복잡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 입장에서는 이러한 긴장 국면에서 솔깃한 제안들이 많이 들어 있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즉각적인 거부를 안하고 있고, 지금 상당히 복잡한 셈법에 직면해 있다고 보이고.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북한 핵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거든요. 지금 북한 입장에서는 그걸 우회해서 남북관계를 하고 싶은데, 전면적으로 거부하기보다는 사실 여러 가지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겠죠. ”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2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회장단과 면담을 갖고 기업들의 어려움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재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어려움과 장애물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북 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