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베를린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 구상과 관련해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남북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과 무관하게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와 관련해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남북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의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 내용입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 한국 통일부] “베를린 구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당면과제를 협의하고 이행하기 위한 남북대화 추진을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건 조성 시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을 위한 당국 간 대화를 추진하면서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현안 문제를 포괄적으로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휴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27일을 계기로 한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 재개 등을 제안했습니다.
통일부는 이에 따라 적대행위 금지를 논의할 군사 실무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논의할 적십자 실무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조 장관은 또 판문점 연락사무소 직통전화와 군 통신선 등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북한의 호응을 유도해 나가되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끈기 있게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한 능동적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관련국들과 협조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제재와 대화의 병행 기조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내놓은 제안에 대해 북한이 사안별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이 최근 인권 문제와 결부돼서 계속 북한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남북관계 차원에서 서로 비방을 중단하면 자신들의 체제 존엄을 지키는 데 있어서 굉장히 큰 성과로 받아들일 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엔 나름대로 메리트를 갖고 응할 가능성이 굉장히 클 것으로 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5·24 제재 조치 해제 등을 요구하며 문 대통령의 제안을 포괄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핵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 또한 당국 간 대화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입니다.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북한의 대남전략은 군사 위협을 상시적으로 유지하면서 그것을 대남 협상카드로 사용하거나 협상 전략에 활용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포괄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에 북한이 그 중에서 사안별로 분리해서 협상하자고 제안했을 때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죠.”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과는 무관하게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검토 중입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의 10일 정례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이덕행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지난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이후 공여가 중단됐습니다만 현재 유니세프와 WFP(세계식량계획) 등에서 공여 재개를 요청해 투명성이라든지 모니터링 등을 조건으로 검토 중에 있습니다.”
이 대변인은 통일부가 국제사회의 북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영양 지원과 보건의료 사업에 관해 지원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고,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된 상태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