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화 제의에 마감시한 없어, 북측 호응 기다릴 것”

지난19일 오후 판문점에서 북한 경비병이 남측을 살피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제안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에 마감시한이 없다며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에 시한으로 내걸었던 정전협정 체결일인 내일(27일) 이후에도 대화 제의는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한국 측 군사회담 제의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대화에 마감시한은 없다며 차분하고 담담하게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26일 기자설명회에서 현재까지 군사당국 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없지만 27일 이후에도 군사회담 제안은 유효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백태현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대화에 데드라인은 없습니다. 현재까지 북한의 반응이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겠습니다.”

백 대변인은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면서 잘되면 잘되는 대로, 어려운 상황은 어려운 대로 그에 맞춰 차분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제안한 휴전협정 64주년인 27일을 기한한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지’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당장 회담에 응한다고 해도 대표단 명단 교환과 회담장 준비 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27일까지는 회담이 열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북한 당국이 ‘대화’보다는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놓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특히 군사회담 의제인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금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 등 이른바 ‘체제 존엄’과 연관된 만큼 북한이 관심을 보일 거라 예상했지만 빗나갔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박사는 북한의 현 전략은 긴장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며 북한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낮출 한국의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목표는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여 미-북 대화를 하려는 저의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고명현 박사 /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미국과의 긴장관계 유지, 수위 높여야 하는데 남북대화 임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으로서도 북한과 대화 통해 북한이 원하는 핵 보유국 지위 인정, 제재 수위 낮추거나 그렇게 할 이유가 없거든요. 북한이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전략 부분이 긴장 수위를 높이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남북대화에 임하지 않는 것이죠.”

고 박사는 북한이 지난 2년여 간 급진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해 왔다며 한국 정부가 갑자기 대화를 제의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지속해온 전략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거나 미국과의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돌파구로 남북대화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회담 제의를 거절한 것은 아닌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다음달 시작되는 미-한 연합훈련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까지는 긴장 구도를 유지한 뒤 9월 이후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 지금은 미-한 연합훈련에 대응해야 할 시기지, 대화할 때는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