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 의회가 중심이 된 독자 제재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짧은 시간 내 효과를 거둔 이란 제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대서양위원회의 에드워드 피시맨 연구원은 미 의회가 주도하는 ‘독자 제재’를 북한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피시맨 연구원] “We need to shift this paradigm…”
존 케리 국무장관 시절 국무장관실 정책기획을 담당했던 피시맨 연구원은 27일 신미국안보센터(CNAS)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북 제재의 중심이 유엔 안보리에서 미 의회로 옮겨져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피시맨 연구원은 안보리 대북 제재의 경우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종종 부딪히면서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나오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미 의회의 독자 제재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방해가 적으면서 동시에 동맹들의 참여를 유도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의회가 일종의 ‘나쁜 경찰’ 역할을 맡으면서 미 행정부로서는 독자 제재에 반대하는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할 때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피시맨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피시맨 연구원은 미 의회가 추진한 독자 제재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2010년과 2015년 사이 미국이 주도했던 ‘대이란 제재’를 꼽았습니다.
당시 미국은 의회의 주도로 이란에 제재를 가하고, 여기에 유럽연합(EU)과 동맹국들이 동참하면서 이란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로써 짧은 시간 내 미국이 원하는 바를 가장 잘 달성한 제재로 평가되고 있다고 피시맨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피시맨 연구원은 국제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많은 이란과,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북한의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시맨 연구원] “If you look at North Korea’s foreign trade…”
정확한 수치를 알 순 없지만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적게는 170억 달러에서 많게는 3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전세계 중간쯤에 해당한다는 지적입니다.
피시맨 연구원은 또 북한의 해외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분의 1이며, 이는 2010년 이란의 GDP 대비 무역 비중보다 높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경제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이란 식 제재가 작동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날 신미국안보센터는 피시맨 연구원을 공동저자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피시맨 연구원 등은 대북 독자 제재 방안으로 ‘석탄과 광물, 직물 등 북한의 수출품 구매에 관련된 은행과 회사를 제재할 것’과 ‘북한에 지불하는 모든 금액을 제3자 계좌(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할 것’, ‘남포 등 북한 항구를 제재할 것’ 등을 제안했습니다.
또 독자 제재가 중국의 기업과 개인을 겨냥할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동시에 북한 문제가 미국 안보의 최우선 과제란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또 다른 전문가인 ’4CAST-RGE’의 레이첼 지엠바 국장은 미국 정부의 제3국 제재가 북한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지엠바 디렉터] “It will be wrong to think that…”
북한이 무역과 금융 거래를 중국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은 잘못이며, 이는 러시아가 최근 북한의 에너지 공급과 금융 지원 등에 나서기 시작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는 주장입니다.
지엠바 국장은 러시아 개인과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런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제재가 중국은 물론 자신들의 거래를 다변화 하려 했던 북한도 한 걸음 물러나게 했다며, 러시아 개인과 기관을 겨냥한 미국의 독자 제재가 중국은 물론 북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