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탄 내수 공급, 경제에 미치는 순영향 제한적”

지난해 3월 북한 신의주 압록강 유역에 석탄이 쌓여있다. 중국 단둥에서 촬영한 사진. (자료사진)

북한이 올 들어 대외 수출이 크게 제한된 석탄을 국내에 공급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내수용으로 들어간 석탄이 북한경제에 큰 힘이 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김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수입 제한 조치로 수출길이 막힌 석탄을 내수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출용 석탄을 국내 시장에 공급할 경우 경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합니다.

브라이언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 국내에 흘러 들어가는 석탄이 북한의 이른바 '자력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I think that if the coal is being pretty..."

대외 판로가 막힌 석탄이 국내로 재분배되면 물가를 낮추고 산업활동을 북돋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북-중 접경 지역을 방문했던 한국 경상대학의 정은이 교수는 내수용으로 공급된 석탄과 관련한 북한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교수] "북한 주민들에게는 단기적으로 좋을 수 있어요. 그동안 무연탄 수출이 너무 늘어나서 석탄 값이 너무 많이 올랐었거든요."

정은이 교수는 대북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그동안 주민들이 비싸게 구입해야 했던 무연탄이 요즘 싼 가격에 장마당에 나온다면서, 단기적으로 볼 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좋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윤재영 박사는 중국으로의 석탄 수출이 크게 줄면서 북한 내 화력발전소로의 연료 공급이 늘어나 북한 전력 사정 개선에 일조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윤재영 박사] “2015년 하반기부터 중국으로의 석탄 수출이 대폭 줄면서 화력발전소 연료로 공급되는 석탄이 늘어났다고 추정할 수 있어 지난해 화력발전량의 경우 예년보다는 조금 나아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업활동에 기초가 되는 전기의 수급 사정이 좋아지면서 결과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내수용 석탄 공급 증가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순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 내 석탄 운송체제가 매우 부실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글쎄 뭐... 화력발전소에서도 갖다 쓸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배급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북한의 수송수단... 철도나 화물자동차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해서 개인이나 기업들에 나눠주기가 힘들고 결국 재고량이 쌓인다고 봐야죠."

판로가 막힌 석탄을 국내에서 재분배해 산업활동에 쓰려고 해도 운송체제가 부실해 효율적인 사용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산업활동에 필요한 안정적인 석탄 공급이 어려울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 입니다.

[녹취: 김경술 선임연구위원] "처음에는 어떻게 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탄광 자체가 탄을 캐서 이윤을 창출하고 재생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북한 내에서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탄광들이 오래 가지 못합니다. 주민들 배급도 못주게 되고 주민들이 이탈하고 탄부들이 이탈하고... 그런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에 북한 내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수출용 석탄을 공급하는 탄광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기계 설비나 자금 등을 투자 받아 이를 활용해 생산활동을 이어갔지만, 중국과의 교역이 중단되거나 줄어 석탄을 내수로 전환하면 이 것이 불가능해져 석탄 생산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도 석탄을 내수용으로 돌려도 돈이 원활하게 돌지 않기 때문에 관련 산업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무연탄이 탄광에서 생산될 때부터 돈이 돌아야 하는데 중국에 수출할 때는 돈이 피드백돼서 근로자들 임금이나 식량이 나갔지만, 이제 돈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석탄을 북한 국영기업에 가져다 준다 해도 돈이 돌아오지 않으면 결국 탄광이 생산을 중단하고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산업연구원의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출이 막힌 석탄이 화력발전소 등에 공급되거나 민수용 시장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지만, 가격이나 시장 수요의 한계 등으로 수출광업의 내수로의 전환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유엔은 대북 제재 2230호와 2321호에 따라 북한의 석탄 수출을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북 제재 결의 2321호는 북한의 석탄 수출 상한선을 연간 금액 기준으로 약 4억 달러, 양으로는 750만t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