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트럼프의 대북 강경 발언에 엇갈린 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계속 미국을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이 위기만 더 높인다는 지적과, 억지력을 확실하게 과시해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는 견해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은 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발언은 “역사적 전례를 비춰 볼 때 위험한 시작”을 의미한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억지나 확장억제에 제한했고, 미국과 동맹에 대한 핵무기 공격이 있을 때만 비공식적으로 핵무기 대응 정책을 유지해 왔다는 겁니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은 “공허한 협박이 (미국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우리가 수행하려는 위협의 강도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공허한 협박을 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 대행을 지낸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미국사무소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It’s a dangerous kind of rhetoric because it creates….”

북한 정권에 편집증을 더해 미국이 실제로 북한을 공격할 것이란 오판으로 북한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전조율없이 즉흥적으로 나왔을 것이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다행히 이를 침착하게 진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도 이메일 답변을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 위협은 긴장을 높이고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발언 보다는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결의를 더 굳건하게 만들어 국제사회가 이를 강력히 이행해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신안보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공격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이런 강력한 경고가 때로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소장] “I think it a deliberately strong statement in order to demonstrate the United States…”

북한 정권이 전례 없이 핵·미사일 공격 위협을 높이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응 능력이 있고 이를 수행할 의지도 있다는 것을 강력한 언어로 과시하는 것은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겁니다.

크로닌 소장은 북한의 공격 위협에 미국이 굽히는 자세를 보이는 게 더 위험하다며, 강력한 경고를 통해 “김정은에게 대규모 전쟁은 곧 정권의 종말을 의미함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 출신의 래리 닉시 박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의도된 것이라며, 북한 정권에 미국의 방어 의지를 확실히 주지시키려는 긍정적 행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닉시 박사] “We need to say strong things publicly from time to time, not every day, but periodically to make sure North Koreans..”

닉시 박사는 과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점증하는 소련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과 동맹에 대한 어떤 공격도 “엄청난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상대의 거친 발언에 매우 단호하게 대응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위협을 고조시키는 북한 정권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닉시 박사 등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보다 불안정을 더 우려하는 중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오히려 위기 상황을 높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국가정보위원을 지낸 조셉 나이 하버드대학 교수는 8일 ‘뉴욕타임스’ 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감정적 분출보다 “매우 이성적이고 깊이 고민한 메시지일 수 있다”며 중국을 언급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유엔 안보리 제재 이상의 행동을 하도록 압박하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셔프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발언은 심사숙고나 사전조율 보다는 그의 전형적인 정치 스타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셔프 선임연구원] “He is responding to North Korea and Kim Jong-un kind of ….”

셔프 선임연구원은 상대가 자신을 공격하면 훨씬 거친 위협으로 응수해 화제를 선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새삼스럽지 않다며, 그러나 이를 국가 대 국가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과 불신만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