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번 6차 핵실험에서 수소폭탄을 실험해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소탄이 아니라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과연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는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이번 6차 핵실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소탄을 실험했다는 대목입니다. 핵실험 직후 나온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의 보도입니다.
[조선중앙TV] “조선로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여부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는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이 수소탄 치고는 작다며, 수소탄보다는 ‘증폭핵분열탄’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한 50-70kt 핵 폭발 위력을 보였다는 것은 수소폭탄으로서는 위력이 모자란 것 아닌가, 그렇다면 증폭핵분열탄 수준 아닌가.”
반면 군사전문가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실제로 수소탄을 실험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인균] ”미국 지질연구소 발표대로 6.3이라면 무려 960kt인데, 이 정도면 1메가톤에 육박하는데, 이 정도 위력이라면 수소탄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미국의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실험을 통해 일정 수준의 핵융합 기술을 보유했음을 증명하려 했다며, 폭발력이 50~75kt인 것을 볼 때 핵융합을 이용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The North was clearly trying to demonstrate that it has achieved some degree of fusion; the size of this explosion, perhaps 50 to 75 kilotons, says it almost certainly did involve fusion.”
전문가들이 수소탄 여부에 엇갈린 평가를 내놓는 것은 미국과 한국 기상당국이 감지한 지진 규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상청은 이번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 규모가 5.7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미국 지질조사국은 6.3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진 규모가 중요한 것은 이 것이 폭발력을 가늠하는 기준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진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그 위력은 두 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기상청의 발표대로 진도가 5.7이라면 핵실험의 폭발력은 100kt입니다. 1kt은 TNT 1천t을 일시에 터트리는 폭발력입니다. 이 것이 엄청난 폭발력이긴 하지만 수소탄의 위력에는 못 미친다는 겁니다. 수소탄이 되려면 200kt이 돼야 합니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했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때도 자신들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미 백악관은 북한의 주장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미국의 분석과는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시 어니스트인] "The initial analysis that's been conducted of the events that were reported overnight is not consistent with North Korean claims of a successful hydrogen bomb test."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지난해 1월 실험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이번에 다시 수소탄을 실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신인균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신인균] ”작년에는 한국 기상청 발표로 지진파가 4.8이 감지됐거든요. 따라서 수소폭탄이 완전히 핵융합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고, 수소폭탄으로 가는 원리를 체득하는 실험이었고, 지난 1년 간 이를 보완 발전해서 이번 6차에서 완성한 실험을 한 것 아닌가.”
북한은 핵실험 직전에 수소탄의 실물 형태를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공개된 사진을 보면 북한의 수소탄두는 양끝이 불뚝하고 가운데가 가느다란 호리병 모양입니다. 핵분열로 엄청난 열을 일으키는 앞부분과 그 열을 이용해 핵융합을 하는 뒤쪽 탄두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신인균 대표는 이 탄두가 전형적인 수소탄두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인균] ”호리병 모양 중에서 큰 부분이 기폭제라고 할 수 있는 일반 원자폭탄이 들어가는 곳이고, 작은 부분이 핵 융합장치가 들어있는 우라늄 238, 중수소 등이 들어가는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설사 수소탄 실험과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 해도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핵탄두를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해 1만km 이상 날려 보내려면 10여 차례의 미사일 발사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아있다는 겁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