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대규모 미-한-일 군사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의 전직 국방 관리들이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정권에 공포와 반발을 증폭시키는 혼란스러운 신호보다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보낼 것을 권고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4일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워싱턴 본부에서 2017 한미전략포럼을 개최했습니다.
두 나라의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미-한 동맹의 기회와 도전을 탐색하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두 나라의 더 긴밀한 조율과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동아시아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 국제센터 동아시아 국장은 특히 미국과 한국이 일본과 대규모 군사연습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덴마크 전 부차관보] “I think one area to think about would be enhancing trilateral cooperation in major exercises……”
일본도 한국의 잠재적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한 군사연습에 일본의 참가를 확대하는 게 대북 억제력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덴마크 전 부차관보는 미-한-일 정부가 차분하게 3국 연합군사연습을 작게 시작해 점차 확대하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에 관해서는 세 나라 사이의 군사정보 공유를 지속하면서 초보적 경보 연습 수준인 대북 미사일 방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 고위 관리를 지낸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필스버리 중국전략센터장도 3국 공조와 군사연습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우선 공조 대상으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GSOMIA)의 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이브러햄 전 부차관보] “There is a room for improvement in the trilateral relationship among South Korea, Japan and United States…”
군사비밀보호협정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세 나라의 군사·정보 공조에 어려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는 겁니다.
한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해 11월 일본과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정은 서로의 국가안보 이익을 위해 상대국에서 받는 2급 비밀 이하의 군사정보를 다른 나라에 누설하지 않은 채 전달과 보관, 관리, 폐기하는 겁니다.
필스버리 센터장에 따르면 미국은 적어도 60개 나라와, 한국은 적어도 32개 나라와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달 이 협정 연장에 합의했지만 필스버리 센터장 등 미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이 협정의 개정을 시사하는 등 미온적 반응을 보인다며 우려했었습니다.
미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예기치 않은 핵미사일 공격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정보·정찰·감시 능력(ISR)과 지휘·통제·통신·컴퓨터 정보체계(C4ISR)의 상호 운용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한-일 세 나라의 신속한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이행 외에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대잠수함 대응 연습을 일본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We have to think about ACSA, and then the other thing, for example, we have very much concern……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은 유사시 무기를 제외한 군수물자와 수송 등 서비스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하는 것으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이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지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에 대한 군사적 쏠림 현상과 국민정서 등을 이유로 미온적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최강 부원장은 실질적인 세 나라의 합동군사연습 전에 일본과 어디까지 전략적으로 군사적 공조를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정권에 불안을 높이는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영관 전 장관] “But, such pressure, I think, must be carefully calibrated. If the U.S. appear to be seeking regime change or preventative war…”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오도록 미국과 한국이 계속 최대 압박을 지속할 필요가 있지만, 미국이 정권 교체나 예방전쟁 등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면 공포에 사로잡힌 김정은은 더 강하게 도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 전 장관은 전쟁은 역사적으로 정복에 대한 강한 열망이 아니라 국가가 가진 불안감 때문에 시작됐고, 전쟁으로 얻을 게 없고 잃을 것만 많은 나라가 위협을 받을 때 전쟁이 시작됐다는 영국 역사가 A.J.P 테일러의 말을 인용하며 북한을 구석으로 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영관 전 장관] “Instead of cornering North Korea, I think we need to send a clear signal…”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대신 미국과 한국이 긴밀히 조율한 일관적이고 명확한 메시지를 평양에 보내면서 최대의 압박과 더불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최대의 보상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나 이런 보상에 한-미 동맹은 타협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미-북 관계 개선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