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봉 호 운항중단 확인돼...3주 째 모습 안 드러내

지난 5월 북한 만경봉 호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톡 항구에 도착해 정박한 모습. (자료사진)

북한 여객선 ‘만경봉’ 호가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민간 선박 추적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러시아를 오가던 선박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 식별장치(AIS) 신호를 통해 만경봉 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건 지난달 27일입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민간웹사이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이날 만경봉 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떠나 북한 방향으로 약 47km 이동하던 중 자취를 감췄습니다.

만경봉 호는 매주 목요일 러시아 인근 해역에 등장했지만 14일 현재 3주 연속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북한 라진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노선 취항을 시작했던 만경봉 호는 지난달 10일 한 차례 운항을 중단한 적은 있지만 3주를 연달아 결항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러시아와 일본 언론들은 만경봉 호가 러시아 부두 사용료를 내지 못해 운항을 중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들 보도와 ‘마린트래픽’의 정보를 종합해 볼 때, 만경봉 호의 운항 중단은 사실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만경봉 호의 운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우려와 함께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지난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만경봉 호의 운항이 북-러 관계에 있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었습니다.

[녹취: 주펑 원장]

러시아는 북한이 역내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위험요소가 되는 걸 원치 않으며, 이 때문에 만경봉 호의 블라디보스톡 운항을 허가한 러시아의 조치가 작지만 미국과의 엇박자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이 1만7천 달러의 부두 사용료를 내지 못하면서, 북-러 교류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만경봉 호는 운항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만경봉 호의 운항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특히 안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VOA’ 취재 결과, 만경봉 호는 지난 5월 첫 운항일로부터 일주일 후 블라디보스톡 항구에서 안전검사를 받았는데, 총 34건의 결함이 발견됐었습니다.

선박 운항에 필요한 서류 미비와 같은 작은 결함도 있었지만, 대체로 선박과 승객들의 안전과 관련된 항목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만경봉 호는 다음 운항에서도 또 다시 34건의 결함이 발견됐고, 이후 두 차례의 추가 운항에서도 결함을 지적받았었습니다.

만경봉 호는 건조 연도가 1971년으로, 선박 수령이 46년에 이르는 노후 선박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