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에 강력한 EMP(전자기펄스)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밝혔습니다. 울시 전 국장은 15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 공격을 위해 굳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사용하는 대신 위성에 탑재한 핵무기를 폭발시켜 사회기반시설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울시 전 국장을 이지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되자마자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북한의 의도를 뭐라고 보십니까?
울시 전 CIA 국장) 어떤 제재에도 겁먹지 않겠다는 의지를 적극 과시하려는 의도입니다. 자신은 강력한 핵 보유국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죠.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능력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갖춘 것으로 보십니까?
울시 전 CIA 국장) 두 기술 모두 완전히 갖추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게 그게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미국을 공격하는데 굳이 ICBM이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이죠. 북한은 핵무기를 탑재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하루에 지구를 몇 바퀴씩 돌게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주장한 전자기펄스(EMP) 공격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북한이 그런 기술을 갖췄다고 생각하십니까?
울시 전 CIA 국장) 그렇다고 봅니다. EMP 공격은 사람들을 직접 겨냥한 게 아니라 지상의 전자기기를 파괴합니다. 핵탄두를 그냥 공중에서 폭발시키는 거죠. 특정 위치나 건물, 혹은 적국의 ICBM 발사대를 겨냥하는 대신 전자망 전체를 망가뜨려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식량과 물도 얻을 수 없고 통신시설과 병원도 마비되는 끔찍한 상황이 됩니다. 어떤 지역을 겨냥한 핵무기 공격보다 훨씬 치명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특정 장소 등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면 더욱 유연한 공격력을 갖추게 되는 것인 만큼 북한은 그런 능력을 갖기 위해 작업 중입니다. 하지만 위성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EMP 공격 수단 또한 뒷주머니에 넣고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자) 북한이 실제로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울시 전 CIA 국장) 그렇습니다.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는 건 쉬운 일이고, 몇 킬로톤 정도 위력의 핵무기를 골프 가방만한 크기로 만들어 작은 위성에 탑재하는 것 또한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위성은 ICBM 제작에 필요한 대기권재진입, 열보호막, 정확성 등의 기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기자) 북한이 괌 공격 위협에 이어 핵무기로 일본 열도를 바다에 침몰시키고 미국을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고 보십니까?
울시 전 CIA 국장) 끝까지 핵무기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모두를 위협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그것만이 김 씨 일가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례를 보고,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어떤 행동도 망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린 거죠. 따라서 핵무기를 끝까지 고수하려는 것이고, 핵무기를 사용하기 직전이라는 인식을 모든 이들에게 심어주는 걸 그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외교를 통해 풀겠다면서, 동시에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옳은 접근법이라고 보시나요?
울시 전 CIA 국장) 외교를 시도하고 군사 대응을 예비해 두는 것 외에 당장 다른 일을 하긴 어렵습니다.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지만, 지금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전반적 접근법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북한에 무력 사용을 고려할 것인지, 또 그런 대응이 성공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알 수 없다고 답하겠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확대해 북한을 외교적,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노력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이런 조치가 북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는데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울시 전 CIA 국장) 목적을 달성하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전면적 원유금수 조치에서 방향을 틀어 유류 제한 수위를 30%로 낮췄지만, 두 나라는 원유금수 쪽으로 압박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 당국에 기둥 같은 존재인 중국과 계속 협력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중국은 북한에 인접한 강력한 나라이자 적어도 우리와 협력하려는 태도를 어느 정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요. 결국 남은 건 중국 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협력하고 그들을 더욱 강력한 제재와 태도 쪽으로 유도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부터 북한 핵 위협 실태와 대응책 등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이지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