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10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만나 북 핵 해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현실주의 외교전략가인 키신저 전 장관이 어떤 조언을 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주요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우선,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어떤 인물인지 소개해 주시죠.
기자)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외교의 거두이자 산증인으로 불리는 인물인데요, 하버드대학 국제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닉슨과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1969년부터 1977년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냈습니다. 재임 중 미-소 `데탕트’와 중국과의 비밀 수교 협상, 베트남전쟁 당시 캄보디아 공습 등 미국 역사상 중요한 외교안보 관련 결정을 주도했습니다.
진행자) 키신저 전 장관은 특히 중국 문제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1971년 당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의 비밀 협상을 통해 미-중 수교를 이뤄냈고요, 이후 지금까지도 중국을 방문하면 언제든 국가주석과 만나는 인물입니다. 그런 만큼 역대 미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그가 지난 2011년에 펴낸 `중국 이야기’ (On China)란 저서는 외교관과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 시점에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난 건가요
기자)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조언을 듣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신저 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이 “엉망인 상태의 정책을 물려받았다”며 지난 25년에 걸친 전임 행정부들의 대북정책을 거듭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면담에서 키신저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했나요?
기자)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키신저 전 장관이 최근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북 핵 해법으로 제시한 주장을 보면 조언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키신저 전 장관이 어떤 주장을 했던 건가요?
기자) 중국과의 이른바 `빅 딜’ 주장이 핵심인데요, 중국의 강한 대북 압박을 끌어내기 위해 북한 붕괴 후 주한미군 철수를 약속하라는 겁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미국과의 사이에 ‘완충지대’가 없어져 통일한국에 주둔하는 미군과 국경을 맞대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만큼, ‘주한미군 철수’로 중국을 안심시키면 중국이 대북 제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자신의 이런 제안을 직접 설명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키신저 전 장관은 미-북 간 직접대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북 간 직접대화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이익만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또 "비핵화의 중간단계로 핵 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이란식 접근법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단계적 접근법은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유효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키신저 전 장관을 공식 면담한 게 취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라고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키신저 전 장관을 ‘정치에 입문하기 훨씬 전부터 좋아하고 존경해 온 친구’라면서 “엄청난 능력과 경험, 지식을 가진 인물”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실제로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에게 외교정책에 관해 자문했었습니다. 이번 면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됩니다.
한반도 주요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