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리의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 전담부서의 담당자가 공개 석상에서 김 위원장을 `매우 이성적인 행위자’라고 평가한 건데요. 한반도 주요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매우 이성적인 행위자’라는 평가는 외부세계의 인식과는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CIA 고위 관리의 평가라는 게 뜻밖이네요.
기자) 네, CIA 내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코리아 임무센터’ 이용석 부국장보의 발언인데요. 이 부국장보는 김 위원장이 “권위주의 국가의 모든 지도자들이 그렇듯이, 김정은도 장기간 (북한을) 통치하고, 자신의 침대에서 평화롭게 죽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 말이 무슨 의미인가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이성적’이란 평가는 그가 미국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주장을 펴는 가운데 나왔는데요, 장기간 집권하고, 또 편안히 주어진 수명을 다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권의 멸망을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미국과의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진행자) CIA는 공식 자료에서도 김 위원장을 그런 인물로 평가하고 있나요?
기자) CIA자료는 김 위원장이 “자존심이 엄청나고, 거칠게 반응하며, 개인적인 모욕을 증오한다”고 짧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매우 이성적인 행위자’라는 평가와는 차이가 나지만 그렇다고 상충되는 건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는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의 발언이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폼페오 국장은 지난 7월 한 공개 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행동, 우리가 보기에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그가 권력을 유지한다는 자신의 주요 임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동맹으로부터 북한 스스로가 느끼는 위협에 대해 김 위원장이 이성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부국장보의 평가와 별로 다르지 않은 내용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미치광이’ (madman)라고 하지 않았나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이 “자국민을 굶주리게 하거나 살해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 인물”이라면서 “미치광이가 분명하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언론 인터뷰에서는 김 위원장이 “젊은 나이에 아주 거친 사람들, 특히 장군들과 다른 그런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며 “무척 똑똑한 녀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김 위원장에 대해 미 행정부 내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말씀 드린 두 가지 평가는 각기 다른 상황을 상정한 것입니다. 하나는 정권 유지 방안을 김 위원장이 잘 알고 있다는 지적이고, 또다른 하나는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한정된 국가자원을 투입하고, 주민의 기본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 정권의 행태를 김 위원장과 연결해 비난한 것입니다.
진행자) 사실 김 위원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온통 부정적이지 않은가요?
기자) 맞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정권의 속성에 더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고,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극물로 암살한 김 위원장의 행태를 사례로 들면서 `위험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포악하고 냉혹하며, 예측이 불가능한 편집증 환자란 겁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데요, 그러니 그의 성격적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기자) 네, 미국인으로 김 위원장을 만난 사람은 전직 프로농구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이 유일합니다. 무엇보다 북한 정권의 비밀주의와 김 씨 일가 우상화, 그리고 정권의 행태와 김 위원장의 성격적 특징을 동일시하는 언론보도 등으로 인해 이 작업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끝으로, 김 위원장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 등을 파악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기자) 김 씨 일가 세습체제인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개인 상태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민주국가에서도 지도자의 자질과 성향이 국정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일인지배 독재체제인 북한에서 절대권력자인 김 위원장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반도 주요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