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을 기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인자로 떠올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습니다. 세대교체를 통한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관측되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7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룡해의 부상입니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최현의 아들인 최룡해는 당 중앙위 부위원장 말고도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위 위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모두 6개의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이번에 2개의 보직이 추가돼 총 8개의 모자를 쓰게 됐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국의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은 최룡해가 북한의 2인자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정창현] ”외부에서 분석하는 틀로 보면 (최룡해가) 확고하게 2인자로 부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룡해가 당 전문부서의 부장을 겸하게 된 것도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노동당에는 내각과 사법, 그리고 사회 전 분야를 지휘, 통제하는 22개의 전문 부서가 있는데 최룡해가 이 중 하나를 책임지게 된 겁니다.
북한 당국은 최룡해가 어떤 부서를 담당하게 됐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창현 소장은 당의 핵심 요직인 조직지도부장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과거 70년대 이후에 최고 통치자가 겸임했던 조직지도부장을 함께 겸임한 것은 북한에서 이례적인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최룡해가 조직지도부장에 오른 것으로 관측하는 근거로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의 주석단 호명 순서를 들고 있습니다. 당시 최룡해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됐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김영남-황병서 군 총정치국장-박봉주 내각 총리에 이어 4번째로 거명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최룡해가 조직지도부장을 겸임했는지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정창현] ”최룡해가 당을 책임지고 박봉주가 내각, 그리고 황병서가 인민군을 책임졌다면, 조직지도부를 담당해야 하겠지만, 과연 김정은이 조직지도부를 내줬을까, 그만큼 믿을 수 있을까, 난 좀 의문인데.”
조직지도부장은 당 간부의 인사를 책임지는 요직으로, 김정일은 1973년 조직지도부장에 올라 2011년 사망할 때까지 이 자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올해 30살인 김여정이 고속 승진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그동안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과 행사 등을 챙겨왔는데 이번에 당의 최고기관인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겁니다.
김일성 주석의 딸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의 사례를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것이라고 강인덕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자기 고모 김경희는 66살에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 됐는데 김여정은 1년5개월 만에 됐는데, 이건 우상화, 선전선동에 전력을 기울이려는 것 아닌가.”
이번에 당 정치국 위원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회 전문부서 부장 등 3가지 직책을 한꺼번에 맡은 박광호는 외부에 알려진 인물이 아닙니다. 다만 박광호가 8일 열린 노동당 경축 대회에서 사회를 맡아 행사를 진행한 것을 감안할 때 그가 선전선동부 부장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인덕 전장관은 지적했습니다.
[녹취:강인덕]”이데올로기 부문은 역시 지식이 있어야 하니까 역시 박광호가 담당하게 된 것 아닌가.”
반면 30년 이상 노동당의 선전선동 업무를 맡아온 김기남은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노동신문' 주필 출신인 김기남은 올해 88살입니다.
당 차원에서 군사 문제를 다루는 중앙군사위원회에는 최룡해, 리병철과 함께 정경택과 장길성이 진입했습니다. 리병철은 미사일 개발에 공을 세운 것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 동시에 된 정경택은 그 배경과 이력이 알려진 바 없습니다. 정창현 소장은 여러 정황을 볼 때 정경택이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되는 국가안전보위상에 기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지난 7차 당 대회 때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개편했는데 11군단장이 빠졌고, 또 당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으로서 군사위원회에 들어갔는데, 김원홍이 보위상에 물러나 총정치국에 들어갔기 때문에 군사위에 보위상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번에 보선된 사람이 정경택이기 때문에 그런 추정이 가능합니다.”
경제와 관련된 인사 개편도 이뤄졌습니다. 정치국 위원으로 경제를 챙겨왔던 곽범기가 물러나고 태종수, 박태성, 안정수처럼 지방과 실무 경험이 많은 경제관료들이 대거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됐습니다. 다시 정창현 소장입니다.
[녹취: 정창현] “대표적으로 안정수 경공업부장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키고, 이번에 9명에서 11명으로 부위원장을 늘어나고 그 중 4명 정도가 경제 부서이기 때문에, 경제에서 당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이번 인사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교체’라고 말합니다.
[녹취: 닉시] "He would want bring into of higher position of power younger generation…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김기남, 최태복, 곽범기, 리만건 등 70-80대 고령인 2세대 인사들이 대부분 물러났습니다. 반면 50-60대 인사들이 대거 노동당 핵심 부서로 진출했습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인사로 정치국 구성원의 26%, 그리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44%와 전문부서 부장의 39%가 교체됐습니다.
반면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이 거듭 강조되는 등 정책 면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