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탈북 어학자, 영어- 평양말 성경 출간

탈북 어학자로 미국에 살고 있는 김현식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영어-평양말 성경을 출간했다.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 학자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어 과외교사였던 김현식 교수가 북한 주민을 위해 번역한 영어 평양말성경이 완성됐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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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오디오] 탈북 어학자, 영어- 평양말 성경 출간

30여년 전에 품었던 한 탈북 학자의 오랜 꿈이 이뤄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영어 교재를 제공하고 동시에 기독교 복음을 전하는 것. 지난 1990년 러시아에서 기독교 성경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결심이었습니다.

올해 85세인 탈북자 출신 어학자 김현식 교수는 북한 김형직사범대학 교수로 재직 중 러시아국립사범대 파견교수를 지냈습니다.

파견교수로 있던 지난 1992년,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후 미국으로 이민 한 누나와의 비밀 만남이 북한 측에 발각돼 호출을 받자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10년 동안 한국에 머물렀던 김 교수는 지난 2003년 미국의 명문 예일대학 초빙교수로 온 후 현재까지 미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미 버지니아주에 있는 조지메이슨대학에 근무하는 김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교 시절 러시아어 과외교사를 맡기도 했는데요, 김 교수가 평양말성경 편찬을 결심한 이유는 북한 주민에 대한 애정 때문입니다.

탈북 어학자로 미국에 살고 있는 김현식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출간한 영어-평양말 성경 표지.

김 교수는 지난 2012년 `VOA'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미국 선교사 한 분이 건내준 성경책 내용이 북한 주민에게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경의 구약과 신약, 즉 예수의 탄생 전과 후로 구분한 하나님의 약속을 뜻했지만 자신은 ‘오래된 약’, ‘새로운 약’이라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어학자인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쉬운말로 즉, 평양말로 번역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마음먹었던 겁니다.

김 교수의 오래 전 결심은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평양성경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지난 2012년부터 실행에 옴겨졌습니다.

평양말성경 집필과 출판을 목적으로 ‘평양성경연구소’가 비영리단체로 미 연방정부와 버지니아주 정부에 등록되기까지 15년, 그리고 번역저작권을 얻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7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시작한 ‘평양말성경 만들기’는 언어학자, 신학자, 법학자, 과학자 등 전문가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탈북 어학자로 미국에 살고 있는 김현식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출간한 영어-평양말 성경의 한 페이지.

번역 기간은 총 2년. 러시아 성경, 일본 성경, 한국말 성경, 영어 성경, 히브리어 성경 등을 비교해 가며 재번역을 거듭했고 편집 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 마지막 탈고가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신약성경 평양말번역본 즉, 영어, 평양말 대역성경인 ‘하나님의 약속-예수 후편’이 출간됐습니다.

김 교수는 현재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거동과 의사소통이 어려운데요, 전통한복 연구가인 부인 김현자 씨는 `VOA'에 서울, 뉴욕, 캘리포니아 등지에 거주하는 5명의 학자들이 주축이 돼 번역작업에 헌신했다며, 김 교수와 자신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하루 12시간씩 일에 전념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현자 사모] “우리의 삶의 의미가 이거를 위해서 성경을 한 민족을 위해, 북한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야 된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에, 김현식 교수 본인의 뜻이 워낙 확고하니까…”

김현자 씨는 가장 힘들었던 일로 성경 원문을 정확하게 영어로 번역하고 평양말 재번역을 위해 수 천번에 걸쳐 사전을 찾았던 일을 꼽았습니다.

[녹취:김현자 사모] “사전 찾는 일이 제일 힘들었죠. 어떤 때는 ‘BE 동사’ 하루에 열 댓번을 찾아야 할 때가 있거든요, 문장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종이로 사전을 찾아야 한다는 게, 큰 고통이었죠.”

워싱턴 평양성경연구소의 예수 후편은 영어성경 NLT(New Living Translation) 2011년 판을 평양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김현자 씨는 러시아어와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김 교수가 러시아, 일본, 영어, 한국 말 성경 등을 대조하며 뜻이 통할 때까지 애를 쓰는 등 단순 영어성경 번역 작업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평양말성경 작업을 위해 ‘남북 통일말사전’, ‘남과 북이 함께 읽는 성경이야기’ 등의 책도 출간됐습니다.

밤낮으로 김 교수의 곁에서 번역문을 읽고 다시 사전을 찾아주는 등의 일을 도맡아 했던 김 씨가 가장 크게 우려한 점은 뇌졸중을 앓고 있는 김 교수의 건강이었습니다.

김현식 교수는 평양말성경 편찬작업을 하는 동안 수 차례 생명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여러 번의 뇌수술과 재활을 거치는 동안 건강은 악화됐고 그로 인해 더 조급해진 마음에 일을 서둘렀습니다.

그러다 올해 그야말로 사망 선고 직전까지 갈 만큼 생사를 오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3월 마지막 탈고 뒤 쓰러져 뇌수술을 받았던 김 교수가 같은 해 10월 다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올 6월 마지막 편집된 것을 다 읽고나서 쓰러진 뒤 의사들로부터 현대의학으로는 가망이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김현자 씨는 당시 장례 준비를 생각할 만큼 김 교수의 생명이 위태로왔다고 말했습니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지난 9월 13일, 김 교수 부부는 기독교 서적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한국 내 ‘홍성사’가 발간한 영어.평양말성경을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김 교수의 30년 꿈이 현실로 이뤄진 날을 김현자 씨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김현자 사모] “13일 오후에, 둘이 많이 울었죠. 교수님하고 침상에서 많이 울었죠. 그러면서 아 이 책은 번역자를 만나러 미국까지 왔구나. 교수님이 그토록 사랑하는 북한 사람들에게 갈 수가 있겠구나.. 우리 생애에서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했기 떄문에.. “

김현자 씨 곁에서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탈북 학자 김현식 교수. 생사를 여러 번 오가며 영어.평양말성경 편찬에 여생을 바친 김 교수의 현재 모습은 5년 전 요한복음서 번역본을 내놓으며 활짝 웃었던 때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김 교수는 평양말성경에 대한 자신의 사명을 담은 자서전 ‘80년 7만리’를 펴냈을 당시 `VOA'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와 통일 문제를 연계해 언급했었습니다.

[녹취:김현식 교수] “인간생활에 있어서 개인, 나라에 있어서 통일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 강하다. 책에 깊이 깔린 종교적인 방법만이 통일 문제를 순조롭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한반도 통일은 기독교 복음으로 이룰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영어.평양말성경 신약본을 완성한 김 교수는 연신 눈물만 흘리다 겨우 목소리를 냈습니다.

[녹취:김현식 교수] “영어로 된 책….영어로 된 성경…...이제 시작했어..”

김 교수의 말들을 엮으면 “북한 사람들이 영어성경으로 공부도 하고 영어성경도 보는 일이 시작됐다”는 내용이 됩니다.

언어학자인 김 교수가 영어.평양말성경을 펴낸 두 가지 목적인데요, 영어 문장을 외우며 공부하는 북한 학생들에게 제대로된 영어교재를 제공하고 동시에 기독교 복음을 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김현식 교수가 번역과 심의를 총괄한 하나님의 약속-예수 후편은 현재 몽골의 선교단체를 포함해 몇몇 기독교단체가 교재로 사용하고 있고, 북한 사람들에게 배포되고 있다고 김현자 씨는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배포되는 목표 시점은 북한이 개방된 후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개방되고 이 책이 공식적으로 북한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김 교수 부부의 사명이라고 김현자 씨는 말합니다.

[녹취: 김현자사모] “ 만수대에서 성경들고 하나님께 보고를 드린다고 했잖아요. 매일아침 그렇게 외친 잖아요.당신..(김교수 : 응.).”

워싱턴 평양성경연구소가 편찬한 영어,평양말성경 대역본은 현재 한국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VOA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