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북한 외교공관 축소, 경제압박 효과”… “상징적 조치” 평가도

지난달 8일 멕시코 외무부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은 김형길 북한대사가 멕시코시티 주재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도 북한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과의 외교 단절이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매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 취재, 김현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첫 번째 폭탄을 떨어뜨릴 때까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북한에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다른 나라와의 외교를 통한 해법 마련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취하고 있는 외교적 노력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봅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a lot of it has to do with talking to other countries, it is not just about US-North Korea. Diplomacy occurs with a lot of different countries….”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외교적 노력에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협력해 대북 압박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모든 노력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터프츠대학 교수 역시 외교적 노력에 제재적 요소가 포함돼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모든 그런 여러 가지 제재와 더불어 북한 관료, 자국에서 추방하는 등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는 모든 수단이 외교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세계 여러 나라와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외교적 노력의 가시적 효과로 꼽았습니다. 이성윤 교수입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현재 미국 정부가 노력을 많이 기울이면서 국제사회가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결과라고 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국제사회의 북한과의 단절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외교압박 정책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는 “전임 정부보다 더 심각성을 갖고 북한의 외교 고립 정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까지 북한에 주재했던 토마스 피슬러 스위스개발협력청 (SDC) 전 평양사무소장도 16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들 나라의 외교 단절 조치를 미국의 압박에 따른 조치로 풀이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과 외교 관계를 중단했다고 밝힌 포르투갈의 예를 들면서, 포르투갈이 최근 미국산 무기 등을 구매하려 한만큼 미국의 그런 요청을 따랐을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 빈도수가 높아진 지난해부터 각국을 돌며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끊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외교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8월 16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미국은 현재 김정은 정권의 외교적 고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브라질과 멕시코, 페루, 칠레 등에 북한과의 외교, 통상 관계를 모두 단절해 줄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8월 8일에는 태국 지도자들에게 대북 제재 강화를 촉구했고, 5월에는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10개 나라의 외교장관들에게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전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실제로 최근 북한과의 외교와 경제 관계를 축소하는 나라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지난 9월 자국 주재 김형길 북한 대사를 ‘외교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한 데 이어 페루 역시 김학철 대사에 같은 조치를 취했습니다.

포르투갈은 지난 7월 북한과의 모든 외교 관계와 공식 접촉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이탈리아도 문정남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말레이시아 정부도 북한과의 외교 단절과 축소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 같은 북한과의 외교 단절이 가져오는 효과에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북한과의 외교 중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됐어야 하는 조치라며, 이를 통해 북한에 점점 더 큰 경제적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실장] “I think it will increase the pressure financially on North Korea by cutting off sources or revenue that they can gain from using their embassies for illicit activities whether it is drug smuggling whether it is counterfeiting currency other types of smuggling. This is an action that is long overdue…..”

해외의 북한 외교 공관을 닫거나 외교관 수를 제한하면 북한의 마약 거래나 위조지폐 유통 등 불법행위가 그만큼 줄게 되고, 이런 경로로 벌어들였던 수입 또한 막히게 돼 경제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위조 달러를 북한에서 제작해 자국의 해외 주재 대사관에 보낸 뒤 진짜 달러로 바꿔 평양에 송금하는 방법으로 위조지폐를 세탁해 온 정황은 그 동안 탈북 외교관 등의 증언과 보고서 등을 통해 알려져 왔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불법 활동에 연루된 정황도 지난 몇 년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자주 드러났습니다.

방글라데시에 주재했던 북한 외교관 한선익 전 1등 서기관은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영국 롤스로이스 차량을 밀수하려다 적발됐었습니다.

파키스탄에선 북한 외교관의 주류 밀매가 여러 차례 문제시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코뿔소 뿔 밀매에 북한 외교관이 연루되기도 했습니다.

또 2015년엔 북한 외교관 2명이 쿠바산 고급 시가를 브라질에 밀반입하려다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원의 켄트 칼더 소장은 “포르투갈 등의 북한 외교 단절 조치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북한의 외화벌이 통로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켄트 칼더 소장] “These steps by Portugal, Poland, and so on have importance because they deprive North Korea of foreign currency, which they use primarily to support military purchases. As members of NATO, such countries are right to constrain or suppress local DPRK operations, as North Korea is becoming a clear security threat to the world community.”

특히 포르투갈과 폴란드 등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회원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안보 위협이 분명해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불법 활동을 막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북한과의 외교 단절이 상징적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토마스 피슬러 스위스개발협력청 (SDC) 전 평양사무소장은 그런 압박이 북한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립 정책이 계속되면 북한은 점점 더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불법 행위를 할 것이고, 북한은 이를 위한 많은 방법과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불법 마약 생산과 판매가 대규모로 행해져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거나 최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마약 거래 사업을 뒤흔들 수 있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북한주재 초대 영국 대리대사를 맡았던 제임스 호어 전 대사도 외교 관계 단절이 북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것일 뿐 그 이상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호어 전 대사] “Very few of counties that have announced they are downgrading or ending relations with North Korea actually have much involvement with North Korea, so it’s a suggestion/gesture it says we don’t like you, we don’t like your policies, it does not go anybody anywhere forward…”

특히 북한과 외교 관계 단절이나 축소를 선언한 나라 대부분은 실제 북한과의 교류가 별로 없는 나라들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그러나 제재나 외교정책 이행은 국내법 이행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의 외교 단절이 당장은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더라도 2~3년 지속될 경우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 국제사회의 결의를 보여줄 수 있는 예가 될 수 있고 북한 정권에는 심적으로 부담을 더 가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추새가 3년간 유지된다면 북한은 상당한 경제, 외교적 고립을 고통을 느끼리라고 봅니다."

또한 일부 국가만의 외교 고립 정책으로는 별 효과를 낼 수 없고 국제사회의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역시 ‘VOA’에 더 많은 나라가 북한과 외교, 경제 관계 단절에 동참한다면, 북한은 핵무기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명확히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