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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무대 입지 좁아져...외교관 추방, 무역관계 단절 조치 잇달아


멕시코 외무부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은 김형길 북한 대사가 8일 멕시코시티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멕시코 외무부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은 김형길 북한 대사가 8일 멕시코시티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북한의 입지가 줄어드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북한 외교관 추방이나 무역 관계 단절 등의 실질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해외 주재 북한 대사의 귀국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멕시코가 지난 7일 자국주재 김형길 북한 대사를 ‘외교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한 데 이어, 페루 역시 11일 김학철 대사에게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또 강경화 한국 외교부장관은 중동의 한 나라가 자국 주재 북한 대사에 대해서도 추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비슷한 상황은 무역 분야에서도 감지됩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1일 안보리 회의에서 태국이 북한과의 경제관계를 대폭 축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의 3대 무역국 중 하나인 필리핀이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까지 포함하면 불과 한 달 사이 대사 추방과 무역 관계 단절 등 실질적인 조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겁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헤일리 대사는 태국과 멕시코 등의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완전한 연합을 향한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나라들이 북한의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자금을 끊도록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실질적 조치가 최근 급증한 건 미국 정부의 ‘대북 압박 캠페인’이 어느 정도 작동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16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미국은 현재 김정은 정권의 외교적 고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브라질과 멕시코, 페루, 칠레 등에 북한과의 외교, 통상 관계를 모두 단절해 줄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멕시코와 페루는 한 달이 채 안돼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했습니다.

또 무역 조치가 이뤄진 태국과 필리핀 역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특별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8일 태국의 지도자들에게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촉구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 5월에는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10개 나라의 외교장관들에게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 빈도 수가 높아진 지난해부터 각국을 돌며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끊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9월 미 의회에 제출한 증언에서, “미국 정부가 해외의 미국 대사관들에 주재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외교와 경제 관계를 격하하거나 단절하는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토머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아프리카 나라를 돌며 대북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올해 들어선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미얀마에서 대북 압박 캠페인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북한의 외교관을 직접 겨냥한 조치를 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결의 2321호는 각국이 북한 외교관의 숫자를 줄이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각국의 관련 조치 이행 사례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최근 북한 대사가 부임한 이탈리아의 경우 올해 초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로마주재 북한 외교공관의 정치 담당 참사관과 임시 대리 공사를 대체할 3급 서기관의 승인 절차가 보류 상태라는 점을 확인했었습니다.

또 페루는 자국 외무부가 지난 4월 북한 대사관 측에 최대 수용 외교관 수를 6명에서 3명으로 줄일 것을 요청했다고 이행보고서에 명시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불가리아와 남아프리카도 결의 2321호에 따라 북한 외교관을 감축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집트의 경우, 현직 대사로는 최초로 제재 명단에 오른 박춘일 전 대사의 출국 사실을 알렸고, 베트남 역시 제재 대상자인 외교관들을 반강제로 출국시켰다고 이행보고서에 확인했습니다.

또 앙골라는 이례적으로 북한 외교관 등 북한 국적자 2명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결의 2321호는 북한 외교관의 계좌를 1개씩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많은 나라들이 이례적으로 북한 공관의 계좌 현황을 이행보고서에 공개한 점도 눈 여겨볼 만 합니다.

안보리 조치와는 별도로 북한 스스로가 외교 관계에 파행을 불러온 사례도 있었습니다.

말레이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살해사건을 저지른 이후, 강철 북한 대사의 강경 발언을 문제 삼아 그를 추방한 바 있습니다.

‘VOA’ 취재 결과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는 여전히 대사가 공석으로 남아있습니다. 또 사건 이전과 비교해 대사관의 외교관 숫자도 15명에서 10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VOA’는 관련 사안을 문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외무부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외교관 감축 외에도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가 줄어든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북한 고려항공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쿠웨이트와 파키스탄으로부터 취항을 금지 당했고, 태국 정부 역시 같은 조치를 고려하자 북한 스스로 노선을 폐지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 북한의 전통적인 동맹국인 몽골은 지난해 북한 선박 10여 척의 등록을 취소하고, 우간다는 북한군으로부터 제공받던 군사훈련을 끊는 등 협력을 단절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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