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 대통령, 방한 기간 강력한 대북 경고…비핵화 촉구

지난 2012년 3월 판문점을 방문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7일과 8일 한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어떤 발언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방한 당시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경고를 하는 한편 굳건한 미-한 동맹을 강조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1952년 6.25 전쟁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이후 모두 9명의 미국 대통령들이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열고, 국회에서 연설하며, 비무장지대 DMZ 혹은 주한미군 기지에서 연설했습니다.

당시의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따라 연설 내용이 조정되기는 했지만, 주로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미국과 한국의 동맹관계,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핵심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방한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북한의 남침을 상기시키며, 아시아 지역에 대한 공산 세력의 침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974년 방한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도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다시는 전쟁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은 방한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주장하며 한국의 군사비 확충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1983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 방명록에 서명하는 동안 영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와 한국의 전두환 대통령, 영부인 이순자 여사가 지켜보고 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소련군에 의해 격추된 직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녹취:레이건 대통령] “(사회자) 레이건 미 합중국 대통령 각하께서 입장하십니다.” “The despicable North Korean attack in Rangoon deprived us of trusted advisers and friends. So many of those who died had won admirers in America..”

레이건 대통령은 한국 국회 연설에서 소련의 한국 여객기 피격 사건에 대해 애도와 분노를 표하는 한편, 같은 해 북한이 미얀마 양곤에서 아웅산 묘소를 방문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을 상대로 폭탄테러를 감행한 것은 비열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협력해 북한의 야만적인 행동을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당시 노태우 한국 대통령이 북한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겠다는 7.7 선언을 발표하고 남북간 긴장이 낮아진 상황에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1989년 국회 연설에서 대북 억지력와 더불어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부시 대통령] “We actively support the peaceful initiatives of President Roh to build bridges to the North. And I will work closely with the President to coordinate our efforts to draw the North..”

특히 노태우 대통령의 평화 제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북한을 실질적, 평화적, 생산적 대화로 이끌기 위해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NPT에서 탈퇴한지 불과 4개월이 지난 시점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 때문에 방한한 미국 대통령 중에는 처음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생물무기, 화학무기, 미사일 보다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에 가장 큰 위협을 제기하는 것은 핵확산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이 NPT 체제를 준수하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핵사찰을 수락하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실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지 2주 만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DMZ 내 도라산역에서 연설하면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다시 한번 지칭할 계획이었지만, 한국 측의 만류로 이 같은 언급을 뺐습니다.

당시 한국에 주재했던 토마스 허버드 대사는 최근 ‘VOA’와 인터뷰에서 그 때 상황을 전했습니다.

[녹취:허버드 대사] “He had originally planned to use the Exis of Evil comment again in his speech but President Kim Daejung strongly resisted that..”

당시 김대중 한국 대통령이 ‘악의 축’ 언급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한국 사회는 그 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려는 정책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는 설명입니다.

허버드 대사는 당시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이어가려 했고,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원치 않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지난 2008년 8월 한국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용산 미군 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후에도 한국을 두 차례 더 방문했습니다. 2002년에는 비무장지대, 2005년에는 오산 미군 공군기지, 2008년에는 용산 미군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습니다.

2008년 한국에 주재했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VOA’에 “당시 용산 방문은 대통령이 미군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는 통상적인 방문이었고, 부시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방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비무장지대 혹은 미군 부대를 방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한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으로 재임 중 4차례 한국을 찾았습니다.

특히 2014년 마지막 방문 때에는 북한을 ‘왕따 국가’(Pariah State)라고 지칭하며 북한과 맞닿아 있는 한국을 ‘민주주의의 최전선(freedom’s frontier)’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오바마 대통령] “North Korea and its people have a choice. They can choose to continue down a lonely road of isolation. Or they can choose..”

북한은 고립의 외로운 길을 걸을 것인지, 국제사회에 합류해 보다 큰 기회와 안정, 존경을 받을 것인지 결정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북한은 미국 대통령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1974년 방한한 포드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제의 전쟁두목’, 1983 레이건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쟁광신자’라고 비난했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002년 한국 방문도 ‘전쟁행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