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제재 선박이 석탄을 취급하는 중국 항구에 입항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박은 이후 열흘 넘게 입항을 못한 채 항구 주위를 맴돌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몰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대북제재에 부합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근 유엔 안보리로부터 대북제재 선박으로 지정된 ‘페트렐 8’ 호가 중국의 대표적인 석탄 항구들에서 포착됐습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민간웹사이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확인한 결과 ‘페트렐 8’ 호는 10월 한 달간 랴오닝성의 바위취안 항과 산둥성의 옌타이 항과 웨이팡 항 인근 해역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위취안과 옌타이, 웨이팡 항은 모두 석탄을 취급하는 항구들로, 이중 웨이팡 항에는 실제 입항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는 대북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페트렐 8’ 호는 지난 3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제재한 4척의 선박에 포함돼 이날부터 중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으로의 입항이 금지됐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8월 북한산 석탄의 전면 수입금지 규정을 담은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하면서 전문가 패널이 북한과 연계된 선박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바 있습니다.
‘마린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페트렐 8’ 호는 제재가 부과된 시점부터 머물고 있던 바위취안 항을 5일 떠나 다음날인 6일 웨이팡 항에 입항했습니다.
이후 다음날인 7일 옌타이 항에서 멀지 않은 해상으로 이동해 17일까지 이곳에서 머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18일부터 31일 현재까지 바위취안 항에서 약 8km 떨어진 해상에 떠 있는 상태로 확인됐습니다.
‘마린트래픽’에서 선박 추적업무를 맡고 있는 조지 투로스는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페트렐 8’ 호가 같은 장소에서 1시간마다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투로스]
열흘 넘게 입항을 하지 못한 상태로 같은 장소에서 머물고 있는 겁니다.
투로스는 ‘페트렐 8’ 호가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도 옌타이 항 인근에 머물 당시에도 항구에 입항을 하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해당 지역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수신 신호가 약해 실제 입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페트렐 8' 호의 입항을 허가한 중국 항구가 선박식별번호(IMO)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선박은 이름이나 선적을 바꿀 순 있지만 IMO는 바꿀 수 없는 만큼 이를 근거로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현재 '페트렐 8' 호가 국제 해양법이 각국의 영해로 인정하고 있는 12마일(19km) 이내 수역에 머물고 있는 만큼 유엔 제재에 따라 중국 정부가 몰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선박이 입항을 하지 못한 채 항구와 가까운 해역에서 장시간 머문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을 당시 북한 선박 10여 척이 약 3주 동안 공해상에 머물다 중국 항구에 입항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3월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들이 대거 유엔에 제재된 직후에는 해당 선박 여러 척이 중국과 러시아 항구 인근에 일주일 넘게 머물다 북한으로 되돌아갔었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페트렐 8’ 호는 동아프리카의 섬나라 ‘코모로스’ 깃발을 달고 있습니다. 2011년에 건조돼 비교적 최신형 선박인 ‘페트렐 8’ 호는 주로 한반도 서해상을 중심으로 운항돼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석탄 운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페트렐 8’ 호와 함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던 나머지 3척의 선박은 지난해부터 선박자동식별장치를 통한 위치 정보가 수신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