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트럼프 대통령 연설, 여전히 강도 높은 대북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한국 국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은 북한에 여전히 강도 높은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좀 더 협력적인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도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유엔에서 행한 연설 때처럼 ‘로켓맨’이나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겠다’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I think President Trump still delivered…”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화염과 분노’ 식의 수사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매우 강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비롯한 여러 행위들을 세부적으로 지적했고, 워싱턴이 최대의 압박을 계속해서 가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정권의 생존을 위협받는 것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이전과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순화된 건 사실이지만 의회에서 연설은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에 충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퍼 부회장] “He essentially talked about…”

근본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이야기했고,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의 북 핵 문제 해법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겁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만이 아닌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는 사실도 노퍼 부회장은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전략연구센터(CSS) 부소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된 데 대해 큰 의미를 뒀습니다.

맥스웰 부소장은 “북한 내 인권 문제가 거론된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물론 핵 위협도 중요하지만 과하게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건 오히려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만을 강조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인권문제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정권의 정통성은 깎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퍼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순화된 언어가 참모들의 말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노퍼 부회장] “He listened to the advisors…”

특별히 국가안보회의 참모들의 말을 들으면서 문제에 집중되고, 분별력 있으면서도 결과에 치중한 연설을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문제를 개인화시키는 대신 북한 정권에 대한 우려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노퍼 부회장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모습은 지난 유엔 총회에선 볼 수 없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그가 “자신과 자기 정권을 위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또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었습니다.

노퍼 부회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지식이나 관련 전문가의 조언이 없이 연설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한반도에 있는 만큼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을 것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he wanted to create a congenial atmosphere…”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마음이 통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겨냥한) ‘불과 유황’과 같은 발언은 오히려 두 대통령의 진정성을 깎아 내릴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나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북한과의 문제를 푸는 데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대화 가능성은 언급했지만, 동시에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북한이 수용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는 북한에 있어서 대화의 시작점으로 작용할 수 없고,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배려가 드러났다고 분석했습니다.

테리 전 보좌관은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방위비 분담 문제, 그 외 여러 민감한 주제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피하고자 했다는 데서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Mr. Trump avoided talking about…”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한국의 동맹 역사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미-한 동맹의 중요성과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한국에)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이런 요소들을 짚어냈고, 전반적으로 미-한 동맹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됐다고 테리 전 보좌관은 말했습니다.

노퍼 부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좀 더 협력적인 관계를 만들고자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노퍼 부회장] “He didn’t disagree with…”

이런 이유 때문에 FTA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고, 협력에 대한 두 나라의 기본적인 접근법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노퍼 부회장은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