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만든 무기와 군 장비가 아프리카 나라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에서 발견됐다고 유엔 산하 기관이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여기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의 소말리아·에리트레아 제재 위원회 산하 ‘감시 그룹’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이들 나라들과 무기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소말리아 보고서에는 북한이 제작한 ‘73식 기관총(Type 73 General Purpose Machine Gun)’이 등장합니다.
지난 2일 작성돼 최근 안보리가 공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73식 기관총’은 지난해 3월 소말리아 북동부의 푼틀란드 지역에서 약 150km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여러 종류의 무기를 싣고 소말리아로 향하던 이란 선박이 프랑스 해군정에 의해 저지돼 수색을 받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73식 기관총’ 6정이 나온 겁니다.
보고서는 ’73식 기관총’의 제조국이 북한이며, 이란이 이를 구입한 유일한 나라로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1970~80년대 북한에서 이를 사들여 1980년과 88년 사이에 이어진 이란과 이라크 전쟁 때 배치된 전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이란이 과거 북한으로부터 구매한 ’73식 기관총’을 다른 무기들과 함께 소말리아로 넘기려다 저지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감시 그룹은 올해 5월3일 북한에 서한을 보내 ’73식 기관총’ 수출과 관련된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73식 기관총’이 다른 나라의 제재를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의 보고서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지난 1월 예멘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예멘 내 후티 반군이 북한이 제작한 ‘73식 기관총’ 보유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전문가 패널 역시 이 기관총들이 이란에서 유입됐으며, 최초 이란에 이들 무기를 공급한 나라는 북한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번과 마찬가지로 어떤 과정을 거쳐 ‘73식 기관총’이 예멘으로 들어가게 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감시 그룹이 별도로 작성해 6일 배포한 에리트레아 보고서에도 북한이 불법활동에 연루된 사실이 지적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시 그룹은 지난해 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로부터 북한을 출발해 에리트레아로 향하던 군 장비에 대한 조사 사실을 통보 받았습니다.
이 장비들은 군사용 고주파 무전기와 암호 해독용 마이크, GPS·고주파 안테나와 케이블 등으로 말레이시아 소재 북한 기업 ‘글로콤’이 제작했다는 사실 때문에 올해 초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들 장비가 총 45개 박스에 담겨 있었으며 이중 여러 박스에 글로콤의 상표가 붙어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스 안에 있던 물품들은 현재 접속되지 않고 있는 글로콤의 웹사이트에 공개됐던 판매 목록과 일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글로콤은 북한을 기반으로 한 '팬 시스템(Pan System)'사의 위장 기업이라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의 설명도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안보리의 감시를 받고 있는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들과의 무기 거래가 전면 금지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대북제재를 비롯한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 제재결의 위반이라고 감시 그룹은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