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전문가 특집인터뷰1: 제프리 루이스] “북한 ICBM, 미·중·소련 수준...미 본토 공격 역량 갖춰”

북한이 29일 새벽에 실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모습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이 최근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수소폭탄을 장착할 수 있을 만큼 커졌고 주 엔진 2개를 움직여 방향을 조정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연구원이 밝혔습니다. 루이스 연구원은 30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신형 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규정하고 미국, 중국, 옛 소련이 보유한 미사일 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이미 갖춘 것으로 본다며, 이동식 발사차량을 자체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면 훨씬 많은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VOA’가 기획한 북한 ICBM 분석 인터뷰 시리즈,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루이스 연구원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에 시험 발사한 ‘화성-15형’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기존 미사일과 어떤 점이 다릅니까?

루이스 연구원) 네 우선 미사일이 엄청나게 큽니다. 지난 7월에 시험 발사한 미사일보다 훨씬 더 커졌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두 개의 엔진이 (배기 노즐 자체를 움직여서) 방향을 정하는 ‘짐벌’ 형식이란 점입니다. 북한으로선 큰 진전이고 저희가 예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지난 3월에 시험발사 된 미사일의 경우 작은 보조엔진들이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기자) 짐벌 시스템이 왜 중요한가요?

루이스 연구원) 짐벌은 두 개의 엔진들이 움직이면서 방향을 조정하게끔 합니다. 예를 들어 스커드 미사일과 차이가 있는데요. 스커드는 보조 날개들이 장착돼 방향을 조정합니다. 하지만 이 날개의 단점은 움직이면서 미사일을 뒤로 잡아당긴다는 점입니다.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하단부 확대 사진. 두 개의 노즐에서 불길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 북한의 미사일엔 또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루이스 연구원) 미사일이 매우 크고 재진입체, 즉 ‘노즈콘’도 거대합니다. 여기에 수소폭탄처럼 훨씬 더 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겁니다. 작은 탄두 여러 개나 미사일 방어체계를 교란하는 장치 등을 탑재할 수도 있고요. 노즈콘에 공간이 많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아졌습니다.

기자) 미사일 크기를 계속 강조하시는데 도대체 얼마나 큰 겁니까?

루이스 연구원) 이동식 미사일로서는 매우 크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동식 액체연료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흔치 않은 형태입니다. 대부분 고체연료 미사일을 만드니까요. 가장 큰 미사일은 아니지만 이동식 액체연료 미사일치고는 매우 큰 겁니다.

기자) 이런 기술을 갖춘 국가가 많지 않다는 말씀이신가요?

루이스 연구원) 네 그렇습니다. 미국과 중국, 옛 소련이 보유한 미사일급 입니다.

기자) 북한의 ICBM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루이스 연구원) 네. 이번 미사일은 충분히 높고 멀리 비행했으며 미국을 겨냥했다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나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이 위치한) 마라라고를 타격할 수 있었을 겁니다.

기자) 이번 실험에선 적은 중량의 탄두를 사용했기 때문에 더 무거운 실제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은 미국 본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루이스) 상당히 무거운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일 겁니다. 지난 7월4일과 28일 이뤄진 북한의 발사를 매우 자세히 관찰했는데, 가벼운 탄두를 탑재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일본이 촬영한 7월28일 발사 장면을 보니 상당히 무거운 탄두가 실려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수백kg 정도 중량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고 핵무기를 장착하기 충분한 규모입니다.

기자) 미사일의 발사 지점도 공개가 됐는데요?

루이스 연구원) 미사일 시험 발사는 ‘3월16일 공장’에서 진행됐습니다. 김정은이 11월 초 직접 방문한 곳이죠. 이곳은 미사일 공장이 아니라 트럭 생산 공장입니다. 북한은 우리가 이번에 처음으로 보게 된 바퀴축이 9개인 이동식 발사차량을 직접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발사차량은 이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 북한이 이 발사차량을 직접 만들었는지, 아니면 개량한 것인지 여부는 분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런 발사차량을 직접 만들 수 있다면 군사력에 있어 큰 제약이 사라진 겁니다. 그 결과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상당히 많이 만들 수 있게 됐고요.

기자) 발사차량이 왜 중요한가요?

루이스 연구원) 북한이 갖고 있던 과제 중 하나는 단순히 미국에 도달할 미사일을 만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이 미사일을 이동식으로 만들어 미국이나 한국이 추적하기 어렵게 발사차량으로 이동시키려고 했습니다. 과거 북한은 이 같은 차량을 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북한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 수는 수입되는 발사차량 수에 따라 제한됐습니다. 북한은 이제 자신들이 직접 바퀴축이 9개인 발사차량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생산 가능한 미사일 수에 대한 제약이 많이 없어질 겁니다.

북한이 최근 실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장면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미사일이 바귀 축이 9개인 새로운 이동식발사차량에 실려있다.

기자) 북한이 ICBM을 완성하기 위해선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목표지점까지 정확히 날아가는 유도제어 기술의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북한이 이 기술들을 갖췄다고 보시나요?

루이스 연구원) 유도 기술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김정은은 미국 뉴욕을 겨냥한 미사일이 (인근) 뉴저지주에 떨어진다 해도 개의치 않을 겁니다. 다른 문제는 탄두가 대기권 재진입 과정을 버틸 수 있을지 여부인데요.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관련 기술을 회의적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중국 등 초창기 핵개발 사례를 보면 기술 확보에 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ICBM을 개발한 모든 나라는 탄두를 (안전하게) 대기권에서 재진입시키는 기술 역시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루이스 연구원) 북한이 절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ICBM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ICBM을 만든 나라 가운데 재진입체를 만들지 못한 나라는 없습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의 ICBM 요격을 시도한다면 성공률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루이스 연구원) 미국은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 요격 체계를 가동할 겁니다. 현재 알래스카에 40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4기가 배치돼 있습니다. (발사된) 미사일 1기를 격추하기 위해 요격 미사일 4기가 사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 11기의 북한 미사일만 처리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요격 실험은 조건을 일정하게 맞춘 상태에서 진행됐었으나 요격 성공률이 좋지 않았습니다. 좋은 날씨이거나 해가 미사일을 비출 때 진행됐었습니다. 북한과 실제 전쟁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본다면 북한이 미사일을 11발만 쏜다거나 낮 시간에 쏘고, 또 좋은 날씨일 때만 쏜다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과 핵전쟁이 발생한다면 최소 북한 미사일 한 발은 (요격 체계를) 피한 뒤 미국 본토에 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ICBM 능력에 있어 아직 부족하다거나 앞으로 개발할 부분은 뭘까요?

루이스 연구원) 북한은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고체 연료 미사일 방식으로 전환할 겁니다. 더 큰 위협이 되겠죠. (고체 연료 미사일은) 더욱 쉽게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고 더욱 높은 발사 준비태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모두 그랬듯 현재 장거리 액체 연료 미사일에서 고체 연료 미사일 쪽으로 전환할 것으로 봅니다.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의 ICBM 역량과 남아 있는 과제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내일은 미사일 전문가인 참여과학자연대의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와의 인터뷰를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