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몸으로 중국에서 강제 북송돼 반복적으로 폭행과 고문을 당했던 탈북 여성이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폭로했습니다. 북한 인권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002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지현아 씨.
[녹취: 지현아 씨] “임신 3개월 만에 저는 다시 세 번째로 북송되었고, 해당 보안서에서 마취도 없이 강제로 수술을 당하여 낙태 당했습니다. 그렇게 제 첫 아기는 세상 밖을 보지 못한 채 미안하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떠나갔습니다.”
11일 유엔의 ‘북한 인권’ 행사에 참석한 지 씨는 간혹 흐느끼면서도 북한에서 목격한 처참한 인권 유린 실태를 담담히 증언했습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돼 강제로 결혼을 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하며,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돼 북송되는 탈북 여성들. 지 씨는 국경을 넘어 끊없이 이어졌던 고통을 회고했습니다.
북한으로 돌아온 뒤에도 집결소와 안전부 구치소 등에 수용되면서 폭행과 강제 낙태를 당하는 많은 북한 여성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녹취: 지현아 씨] “청진 집결소에서는 임산부들에게 하루 종일 힘든 일을 시켰습니다. 북한에서는 혼혈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임신해 온 임산부들을 일을 시켜 강제 낙태하게 합니다.”
저녁마다 임신부들의 비명소리를 들었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죽음을 맞는 아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구치소 수감자들에겐 제대로 된 음식조차 제공되지 않아 굶거나 설사 병으로 죽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녹취: 지현아 씨] “부족한 식사로 날 메뚜기를 잡아먹고, 배추를 주워먹고, 개구리와 쥐를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습니다.”
열악한 식량 사정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비닐에 쌓여져 동산에 묻히지만 굶주린 개들의 먹이가 됐다는 끔찍한 기억도 털어놨습니다.
지 씨는 북한을 하나의 무서운 감옥으로 표현했습니다. 김 씨 정권이 대량학살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니 전 세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위원장도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In virtually, every one of categories…”
커비 위원장은 인권 유린의 모든 범주에서 여성들이 희생자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2014년 발표된 COI 보고서도 그 점을 인식했다며, 처형과 구금, 고문에 시달리는 여성 인권 실태를 상기시켰습니다.
특히 13살 때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예를 들면서, 북한이 인류에 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데이비드 호크 미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에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호크 위원] “So, for the permanent members and the other elected members…”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이사국들이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회의를 내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연례적으로 개최해 달라는 겁니다.
앞서 안보리는 이날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하는 공식회의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어 이어진 이날 인권 행사는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와 한국,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대표부가 공동으로 열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탈북자 지현아 씨의 증언이 안보리가 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But when you hear her story, that’s why…”
헤일리 대사는 일부 나라들이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북한과의 전쟁 위험을 높인다고 우려했지만, 지 씨의 이야기를 통해 이미 북한 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권 침해 행위가 분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날 행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