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한국에 대한 유화 신호들은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입증되지 않은 핵미사일 역량을 훨씬 큰 대가를 얻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유력 일간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에 핵 위협을 가하면서도 한국에는 유화적 신호를 보내는데 주목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1일 ‘김정은의 서곡은 한국과 미국 사이를 틀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제목으로 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를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갑작스런 남북 직접 대화 제의는 수십 년 된 미-한 동맹을 이간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긴장을 일시적으로 유예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핵 무장한 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접근법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는 국제적 의지를 약화시키고 미국과 한국 간 불화의 씨를 뿌리려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분석도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어떤 대화에서도 제재 완화 또는 주한미군 감축 등을 대가로 요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다른 핵자산을 지렛대로서 유지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결하거나 포기하겠다는 타협안을 미국이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이날 ‘김정은은 미국을 책망하면서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제목의 별도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핵 타격 단추를 책상에 두고 있다고 했지만, 핵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고 장거리 도달이 가능한 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 위협을 지렛대로 이용해 제재 완화와 같은 이권을 취득하려는 의도를 갖고 한국,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 관련 보도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이 성공적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위원장이 한국에 제안한 뚜렷한 화해의 손짓은 미-한 동맹을 난처한 위치에 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 외교전문 잡지 ‘디플로맷’은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여 의지를 내비치며 이에 대한 분명하고 예측 가능한 대가를 늘어놨는데, 이는 북한의 ICBM 역량에 위협받는 미-한 동맹에는 너무나 무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요구에 따라 미-한 군사훈련을 추가로 조정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입맛에 맞을 수는 있지만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북한의 ‘올림픽 평화 제의’는 지난해 북한의 핵 위협 중단 방안을 놓고 이미 얼룩진 바 있는 미-한 동맹을 시험하려는 북한의 전략적 태도 변경이라고 보도했습니다.
‘CNN’는 이날 호주의 외교 전문 싱크탱크 ‘로이인스티튜트’의 유안 그레이엄 국제안보프로그램 국장을 인용해, 북한이 한국에 내비친 유화적 손짓은 항상 어떤 종류의 적대적 코팅으로 싸여져 있고 핵 프로그램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레이엄 국장은 또 남북한이 합의를 맺어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더라도 봄이 다가오는 시기에 (핵 또는 미사일) 시험을 지속하고, 잠수함 기동 또는 위성 발사를 감행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청와대는 이날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참가시킬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관련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VOA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