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김정은 유화 메시지에 신중한 접근 필요”

1일 한국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관련 TV 뉴스를 보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한국에 대한 유화적인 메시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핵 위협 속에는 미국에 대한 위협 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목적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의 유화적 움직임이 다양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One is to drive a wedg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but it’s also to try to see what North Korea can get from South Korea through engagement.”

북한은 미국과 한국 사이의 관계를 틀어지게 만들려는 목적 뿐 아니라 한국과의 관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고스 국장은 특히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합동군사훈련과 관련한 모종의 합의를 모색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부르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 등에서 남북대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통상적으로 북한이 한국에 대화를 제의할 때는 미국과 한국 간의 갈등과 한국 내 보수와 진보파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선임연구원은 원칙적으로 소통을 하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신년사에 대응해 제안한 남북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부시 선임연구원] “It is always good to try to determine early on what it is North Korea really wants and what it will demand...”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올림픽 참가를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 지 일찍 파악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부시 선임연구원은 고위급 회담은 성공에 대한 부담이 있고, 실패할 경우 정치적 비용이 따른다며, 보다 낮은 수준에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유화적인 움직임이 미국과 한국 관계의 균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쇼프 선임연구원] “There should be close enough coordination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 to make sure that doesn’t happen.”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국과 한국이 긴밀한 공조를 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쇼프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이라는 미한동맹 전략 안에서도 남북대화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은 적절한 상황이라면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번의 경우에도 미국은 남북대화를 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남북간 대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남북이 긴장 완화와 올림픽 참가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한국이 일방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특히 미한 합동군사훈련 문제가 포함되면 미국과 한국 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스티븐 노퍼 부회장은 북한의 유화적 움직임이 미국과 한국 간 관계를 해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한국 간의 솔직한 논의 등 긴밀한 조율도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북한의 제의에 호응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한국에 어느 정도 여지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퍼 부회장] “Security situation remains quite serious and enhance capability on the North shouldn’t be underestimated…”

안보 상황이 여전히 매우 심각하고 향상된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동시에 북한을 협상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노퍼 부회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핵 위협 속에는 미국에 대한 위협 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목적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nternally he is trying to show the people that the announcement he made a year ago that nuclear deterrence would put in place has been successful……”

미 해군분석센터의 고스 국장은 김정은이 내부적으로 핵 억제력을 가질 것이라는 1년 전 발표가 성공했음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말한 것을 실제로 이행하는 진짜 지도자임을 부각시키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노퍼 부회장은 김 위원장의 핵 위협이 미국과 서방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만 핵을 사용할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부르킹스연구소의 부시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주장 자체가 입증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부시 선임연구원] “I think experts in the United States do not believe that North Korea yet has capabilities to hit…”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겁니다.

부시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주장을 허세라고 일축했습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쇼프 선임연구원도 김 위원장의 주장이 다소 과장이라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그 어느 때보다 향상된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참담한 결과가 발생하고 미국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쇼프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