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서울의 한 단체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북한이탈주민 글로벌 교육센터(TNKR)를 거쳐간 탈북민이 현재 320명을 넘었습니다. 서울의 김현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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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미국인 선생님과 탈북민 영어 강습]
서울 마포의 작은 건물에 자리잡은 북한이탈주민 글로벌 교육센터(TNKR). 15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40대 탈북 여성이 미국인 선생님으로부터 1:1 영어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숫자를 영어로 배우는 수준이지만, 원어민 선생님의 설명을 잘 듣고 따라합니다.
지난 2013년 3월 설립된 이 단체의 영어 약자인 TNKR은 'Teach North Korean Refugees.' 북한 난민을 가르친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320여명이 이 단체에서 영어를 배웠습니다.
이 단체 공동설립자인 미국인 케이시 라티그 대표입니다.
[녹취: 케이시 대표] “Can you explain yourself in Korean? 아니요, 잘못해요….”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학 출신인 라티그 대표는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부탁하는 기자에게, 서툴다며 영어로 소개를 이어갑니다.
[녹취: 케이시 대표] “I’m an American living in South Korea, I’m a co-director at TNKR. I do a couple of other things….”
라티그 대표는 `코리아 타임스' 신문에 글을 기고하고, 서울의 대학에서 강의도 하지만 탈북민들이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라티그 대표와 함께 TNKR의 공동설립자인 이은구 대표는 이 단체의 영어 프로그램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이은구 대표] “TNKR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탈북민들을 위해 알파벳부터 기초영어, 문법 어휘, 발음을 교육하는 수업과 글쓰기, 대중연설, 프리젠테이션 코칭을 원하는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TNKR은 자원봉사자 선생님과 학생 한두 명으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통해 탈북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지금은 이 곳에서 영어를 배우려면 순서를 기다려야 합니다.
라티그 대표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 전역에서 탈북자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라티그 대표] “She lives in Daegu, she didn’t go back to Daegu until she had a chance… We had a student from Busan…”
대구, 부산에 사는 학생들도 영어를 배우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몇 달을 지내다가 돌아간다는 설명입니다.
라티그 대표에 따르면 현재 대기자 수만 100여 명. 교육을 받고 싶은 탈북자는 온라인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인터뷰를 해야 합니다.
[녹취: 탈북 방송인 김가영 씨 인터뷰 NAT SOUND] “케이시: Why do you want to join TNKR? 가영씨: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2013년 탈북해 ‘모란봉 클럽’이란 텔레비전 프로에 출연하고 있는 방송인 김가영 씨도 대기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녹취: 탈북 방송인 김가영 씨 인터뷰 NAT SOUND] “제가 외국에 많이 나가서 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전혀 대화가 안되니까, 일단은 먼저 초보라서 배우고 싶은데 가능한지 몰라서. 초보도 배울 수 있는지 궁금해요…”
TNKR에서 영어를 배운 탈북자 가운데 일부는 유창한 영어로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강연 사이트 TED 에서 연설하는 탈북 여성 박연미 씨입니다.
[녹취: 박연미 씨 TED 강연]
꽃제비 출신으로 15살 때 탈북해 영국 외교부 장학금으로 공부해 석사 학위를 받은 이성주 씨도 이 단체에서 영어를 배웠습니다.
라티그 대표는 기억에 남는 학생이 누군지 묻는 질문에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갑니다.
[녹취: 라티그 대표] “Sheri, she came to South Korea Jan 2015, and she wanted to meet me, after I explained our program, she stayed in Korea….”
태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해 시민권을 받은 탈북민 쉐리 씨는 미국에서 2년제 대학에 진학했지만, 영어가 되지 않아 대학을 마치지 못하고 식당 일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TNKR의 도움으로 영어에 자신감을 얻은 뒤 테드에서 강연을 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단체에서 영어를 가르친 자원봉사 교사는 무려 700여명에 달합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법대생으로 현재 휴학 중인 권영민 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녹취: 자원봉사 영어교사 권영민] “Doing such a basic thing as helping refugee by using my language skill which is privilege…”
자신의 언어 능력을 활용해 난민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너무 특권이고 감사하다는 겁니다.
이날 첫 수업을 한다는 미국인 알레스 히키 씨는 탈북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알렉스 힉키] “NK defectors are people who go all the way through China to somewhere like Laos or Thailand to try to get freedom and those people deserve it more than most of people in the world….that’s why I want to help out…”
중국을 통해 라오스나 태국을 거쳐 자유를 찾아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세계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며, 이들을 돕고 싶다는 겁니다.
TNKR은 탈북자들을 위한 영어교육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문제를 알리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녹취: TNKR Global leadership forum 5th ]
“Welcome you all. Today TNKR’s 5th Global Leadership forum…..”
지난 6일에는 아내와 아들이 지난 11월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이태원 씨와 탈북 작가 지현아 씨, KAL기 납치피해자 송환을 위한 대책협의회 황인철 대표의 사연을 알리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하는 포럼을 열기도 했습니다.
라티그 씨에 따르면 한국 내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있는 TNKR은 현재 미국 버지니아에 NGO로 등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라티그 대표] "We are now setting up to get the 501c(3) status in the US also..."
버지니아 주는 미국인 이 해외에 설립한 NGO도 인정해주고 있다며, 등록이 완료되면 미국인들로부터 기부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라티그 씨는 탈북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올해도 탈북민들을 도우며 의미있고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라티그 대표] “To remain fun and to be able to help more North Korean refugees.”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