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1주년 특집 마지막 순서로, 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 들어보겠습니다. 미 연방대법원 연구자문위원이자 30여 년간 주요 방송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데이비드 오브라이언 버지니아 대학교 교수와, 정부 예산·운용 관련 유명 서적을 여러 권 집필한 같은 대학 제임스 세비지 교수, 솔즈베리 대학교 국제학연구소장 남태현 교수, 그리고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의 얘기 들어봤는데요. 오종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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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난 1년이, 전 세계가 새로운 유형의 미국 대통령을 경험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막말’로 비판받는 일이 잦았던 직설 화법, 그리고 인터넷 사회연결망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소통 방식이 두드러졌기 때문인데요.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녹취: 제임스 세비지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 “Well, I think he’s changing American presidency in a permanent way. First of all, that’s because of his communication style and techniques. For the rest of American history, no other president’s ever had access to social media or the technology, and he’s made the most of it in his own unique way. So, Trump is historically significant, regardless of what you think about his policies…”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직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특히 기술 발전을 활용한 소통에 적극적인 점에서, 구체적인 정책에 공과를 따지기 전에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는 버지니아 대학교 정치학과 제임스 세비지 교수의 평가인데요. 이렇게 격식 없는 소통이 꼭 좋은 반응을 얻은 것만은 아닙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매우 큰 힘이 실리기 때문에, 어떤 주제라도 가볍게 나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녹취: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 “막말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입을 열 때마다 문제가 되고 세계가 발칵 뒤집히고….”
트럼프 대통령 소속 정당인 공화당의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새 정부의 지난 1년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잇따른 ‘막말’ 파문을 아쉬워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으로서 ‘인종차별주의자’로 이해될 만한 행보를 보이며 미국 사회 내부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점도 전문가들은 비판합니다.
[녹취: 데이비드 오브라이언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 “He’s brought back white supremacy.... It's America's 'cultural revolution' in one year. That will take a generation to recover from.”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주목받도록 했다는 버지니아대학교 데이비드 오브라이언 교수 말이었고요, 솔즈베리대학교 남태현 교수도 같은 지적을 합니다.
[녹취: 남태현 솔즈베리대 국제학연구소장] “극단적인 세력의 목소리가 많이 일어났죠? 백인우월주의라든지, 인종주의자라든지, 전에는 찾지 못했던 정치적 공간들을 확보했는데요. 이런 문제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지난 1년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는 어떤 것들일까요?
[녹취: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 “북한 문제부터도, 특히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8년 동안 별로 한 게 없는데요, 점점 발전해서 이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그러나, 트럼프가 들어가서 1년도 안 됐는데, 북한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고 있지 않습니까? 유엔 결의안이 여러 번 통과됐고, 미국이 적극 나서서 중국을 압박했고.”
김창준 전 의원은 최근 대화국면에 접어든 한반도 문제와 함께,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의 공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 “지금 경제가 참 좋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근래 30년 동안 이렇게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려주는 방안은 처음인데, (대통령의) 보통 의지 갖고 안됩니다. 경제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서, 주가도 올라가고, (기업들의) 수익도 올라가서 고용 창출도 되고, 이번에 실업률이 4%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고....”
미국 경제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취임 1년 된 지도자의 공으로 돌리긴 무리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경제는 주기를 타게 마련이고, 내·외부 환경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데요. 남태현 교수의 의견 들어보시죠.
[녹취: 남태현 솔즈베리대 국제학연구소장] “지난 1년 동안 봐왔던 경제 호황이 대통령의 공이냐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굉장히 낮습니다. 지금의 경제로는 훨씬 높은 50% 정도 지지율은 얻어야 정상이라고들 말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경제 지표들을) 트럼프의 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의 공이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지난 1년 동안 미국내 경제는 좋아진 반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좌우하는 외교에서는 실책이 많았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데이비드 오브라이언 교수와 제임스 세비지 교수는 똑같이 ‘참사’ 혹은 '재난'이라는 뜻의 'disaster'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새 정부 대외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오브라이언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 “I think the year 1 has been a disaster domestically and internationally for America.”
오브라이언 교수 말이었고요, 세비지 교수도 외교 '참사'를 지적합니다.
[녹취: 제임스 세비지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 “…disaster in terms of governing, and I think his comment he made about other countries is indicative of….”
전문가들이 이렇게 하나같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우려하는 이유는, 미국이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적인 노선을 포기함으로써, 앞으로 국제사회의 지도국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남태현 교수가 설명합니다.
[녹취: 남태현 솔즈베리대 국제학연구소장]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 선언을 했죠? 뿐만 아니라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라든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라든지, 기존에 미국이 추구했던 다자간 무역협정을 파괴하거나 약화시켰던, 이런 것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유지하고 이용했던 외교수단을 스스로 져버렸다는 점에서 굉장히 안타까운 결정이었고요.”
[녹취: 데이비드 오브라이언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 “He’s basically laid the foundation for 21st century being China’s century, not America’s.”
데이비드 오브라이언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이 21세기 세계를 주도하는 위치를 중국에 빼앗길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지적했는데요, 남태현 교수도 같은 생각입니다.
[녹취: 남태현 솔즈베리대 국제학연구소장] “미국이 외교 전선에서 물러선 만큼 다른 나라들이 배큠(빈 곳)을 채우고 있어요. 중국이 가장 좋은 예이고요. 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을, 일방적으로 해버렸죠. 외교적 입장에서 볼 때 너무 큰 실책이에요. 왜냐면, 이스라엘 측에서 굉장히 원했던 것인데, 그것을 줄 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결과가 아니었나....”
하지만 이같은 학자들의 부정적 평가와는 달리, 현실 정치를 경험한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역시 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동맹국들을 확실히 챙기면서, 자기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지도자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렸다는 겁니다.
[녹취: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 “이스라엘은 미국의 동맹국 아닙니까? 이스라엘이 없으면 큰일이죠, 중동에 밸런스(균형)가 안 맞아서. 끝끝내 지켜주고 해서 동맹국으로서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전문가들이 말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1년 동안 미국 새 정부가 경제는 관리를 잘했지만, 사회 통합과 외교에는 아쉬움이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3년의 과제는 무얼까요?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이고 즉각적인 소통방식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야 한다고 모두 첫손에 꼽습니다.
[녹취: 제임스 세비지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 “Well, he’s very undisciplined, and he’s lack of social self-control. That’s caused a lot of damage to his own agenda. So, the biggest thing he’s got to do is to control himself.”
구체적인 정책에 성과가 있어도 막말 파문에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제임스 세비지 교수 의견입니다. 앞으로는 통제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김창준 전 의원의 주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취: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 “앞으로 남은 과제는, 제발 막말 좀 조심하고, 반드시 주위에 있는 스태프(참모), 전문가들과 의논해보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이면 워낙 지금 (지지율이) 바닥이니까 올라가는 길밖에 없고…”
김창준 전 의원 말처럼, 보좌진·참모들과의 대화를 더 늘려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녹취: 데이비드 오브라이언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 “He has to think about fundamental values, as well as learn something about the world.”
오브라이언 교수도 대통령 혼자 주요 사안을 결정하지 말고 전문가들과 의논하라고 권하는데요, 특히 외교정책에 더 신경 쓸 것을 당부합니다.
사흘 동안 보내드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 특집, 마지막 순서로 전문가들의 지난 1년 평가, 그리고 남은 3년에 대한 기대와 전망 정리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