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갈수록 부정적인 미국의 대중국·러시아 시선, 북 핵 공조 영향 가능성 

  • 윤국한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보리가 북한 6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마친 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가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운데),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시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양측 간 갈등도 커지면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전략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국제 문제의 협력자로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인식은 `2018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는데요, 중국과 러시아를 `가치와 지향점이 다른 경쟁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테러리즘 대처 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국가안보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나라들의 경제적, 외교적, 안보적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자신들의 '독재모델'에 부합하는 세계를 창조하려는 수정주의 국가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국제 현안들을 해결하려면 주요 강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수적일 텐데요. 당장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미국과 중-러 사이에는 그렇잖아도 북 핵 문제를 놓고 견해차가 큰 상황인데요, 이런 마당에 트럼프 행정부가 두 나라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현안들을 둘러싼 마찰도 커지고 있어 북 핵 공조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진행자) 북 핵과 관련해서는 양측이 문제의 근원과 해결 방안에 대한 견해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기자) 맞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 핵 문제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산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주장과 사실상 같고요, 따라서 미국이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두 나라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미국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쌍중단’을 미-북 간 대화의 출발점으로 주장하는 점에서도 미국과는 크게 대비됩니다.

진행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요?

기자)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각각 달리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직 미흡한 점이 있지만 대체로 잘 협력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협력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 선박들이 `공해상 환적’을 통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중국의 협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양자 차원에서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남중국해에서 지난 17일 발생한 `항행의 자유’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휴일에 성명을 통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한 건, 향후 양측 간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와도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문제 전반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경제 문제에서도 미국과 중-러 간 대립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지원한 건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는 미 무역대표부의 보고서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이 북 핵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얻는 게 더욱 어려울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갈등하게 되면 두 나라의 입장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커집니다. 당연히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제재’에 동참할 요인도 줄어듭니다. 두 나라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을 `냉전적 사고’로, 세계무역기구 가입과 관련한 지적은 `일방적 행동’이라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 핵 문제와 관련한 간극이 더욱 벌어질 수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없으면 대북 제재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습니다. 북한은 대외교역뿐 아니라 노동자 해외 파견도 중국과 러시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협력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