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 상황 다시 어려워질 수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가운데)과 도종환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20일 스위스 로잔 ICO 본부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관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악관에서 아시아 문제를 담당했던 전직 관리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상황이 또다시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가 북한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가 북한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그린 부소장] “It seems unlikely that this will represent a turning point in North Korea’s very dangerous pursuit of a nuclear weapons arsenal”

그린 부소장은 23일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에서, 올림픽 참가가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추구하는 북한의 매우 위험한 행동을 변화시킬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틈을 벌리려는 북한의 노력과 한국과 일본,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기 위한 북한의 위협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린 부소장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부 한국의 진보 인사들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항구적인 쌍중단, 즉 북한의 실험 중단과 미국의 훈련 중단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양보를 제공하고 미국에 정책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역학 관계를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그린 부소장] “The administration here is strongly opposed and Japan also is strongly opposed and conservatives in Korea are strongly opposed to a freeze-for-freeze”

트럼프 행정부와 일본, 그리고 한국의 보수파들이 쌍중단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와 제재들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북한에 경제 지원을 제공할 여지는 없다고 그린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 여론 역시 전면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북한을 불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린 부소장은 북한 역시 역사적으로 대화 후에 다시 실험을 감행하는 행동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문제 해결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올해 봄이나 여름에 다시 심각한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수미 테리 CSIS 한국석좌는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 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테리 한국석좌] “They’re probably looking for sanctions relief down the road. We know the sanctions are beginning to bite…”

북한이 제재 완화와 미한 합동군사훈련의 무기한 연기, 심지어는 한국 정부에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테리 한국석좌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유엔 제재 위반 때문에 개성공단 재가동 같은 조치들을 취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북한에 양보를 제공하면 미국과 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그렇게 하더라도 핵 위기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현재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 미한 합동군사훈련이 연기돼 있어 북한도 그 때까지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그 이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테리 한국석좌] “The question is what’s going to happen when we resume joint military exercises.”

미국이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가 문제라는 겁니다.

테리 한국석좌는 이번 기회를 놓치기를 원치 않는 한국 정부가 합동군사훈련의 연기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미국과 한국 사이에 견해 차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군사훈련이 재개되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테리 한국석좌는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과 국제 제재, 그리고 군사적 선택 가능성 등 때문에 도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일각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은 여전히 대기권 재진입체의 성공적인 발사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합동군사훈련이 재개되면 다시 지난 해 같은 위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테리 한국석좌는 오는 4월이나 5월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며, 위기가 얼마나 커질 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