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트럼프 국정연설 북한 발언은 인권문제 지적한 한국 국회 연설 재강조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30일 의회에서 첫 국정연설을 마친 후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가운데)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확고한 대북 인식과 정책을 무리 없이 잘 전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독재정권의 잔혹성과 인권 침해에 초점을 맞추면서 위협을 강조한 게 일관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탈출을 승리로 묘사한 건 정권 교체 필요성을 간접 시사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발언을 고무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ought his remarks were good. He emphasized human rights and talking about Otto….”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과 탈북민 지성호 씨의 강력한 이야기 등 북한의 인권 문제,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해 대북 압박을 계속 강조한 것은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긍정적 신호라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이런 분위기를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북한 정권의 노선을 바꾸기 위한 최대의 대북 압박과 북한 정권의 고립, 미-한 연합훈련과 미사일 방어 등을 통한 억지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미 해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방안이 아니라 인권을 선호한 것에 대해 크게 안도한다고 말했습니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매우 감성적인 접근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허버드 전 대사] “They were very emotional. He spoke about North Korean regime and very negative term…”

트럼프 대통령이 오토 웜비어 가족과 탈북민 지성호 씨를 통해 북한 정권을 매우 부정적으로 강조했다는 겁니다.

허버드 전 대사는 이런 발언이 지난 2002년 ‘악의 축’ 발언으로 유명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약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크게 강조하면서 그 정권 때문에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했던 게 비슷하다는 겁니다.

이성윤 터프츠대학 교수는 이런 발언이 지난해 한국 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던 핵심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31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위협이나 악의 축 혹은 핵 위협 같은 추상적 개념으로 자신의 관점을 숨기는 대신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최대로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잔혹한 환경을 묘사하며 미국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점증하는 치명적 위협을 강조한 것, 지성호 씨가 다른 탈북민들을 구출하고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진실을 북한에 방송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한국에서도 큰 박수를 받았던 연설을 반복한 것이란 겁니다.

부르킹스연구소의 조슈아 폴락 선임연구원도 국정연설이 한국 국회연설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폴락 선임연구원] “So, in that sense, it was quite similar what he said at the National Assembly in Seoul…”

북한 발언 대부분을 인권으로 채우며 웜비어 가족과 지성호 씨까지 등장한 것을 볼 때 역시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를 강조했던 한국 국회 연설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삶과 정권의 납치와 범죄,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를 장시간 자세히 설명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의 할아버지, 즉 김일성 주석이 그리던 낙원이 아니며,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강조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권 교체 암시, 북한을 선제 타격하기 위한 조짐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북한과 관련해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창 변호사] “President Trump’s remarks in the State of the Union broke new ground. Although he didn’t use…”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정권 교체’란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정권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 말했다는 겁니다.

창 변호사는 웜비어 씨가 잔혹한 북한 정권에 희생된 비극을 의미한다면, 지성호 씨는 그런 정권을 탈출한 인간 영혼의 놀라운 승리를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위험한 정권으로부터 미국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 정권 교체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등 일부 전문가들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선제공격 등에 대한 이견으로 취소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등을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선제공격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인터넷 사회관계망인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학생과 탈북민을 내세워 감정에 호소하면서 우리의 적을 악마화하고 반인륜적으로 묘사하는 고전적인 선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런 화법으로 미국인들의 감성과 연민을 자극해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했던 전례를 트럼프 대통령이 밟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사는 그런 의도를 읽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didn’t read that into his comment…”

미 정보당국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지금도 여러 관계자들과 늘 대화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정말 임박한 위협이라면 그런 대응을 해야겠지만, 그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허버드 전 대사 역시 최대의 대북 압박 등 기존의 대북 정책과 다른 새로운 것을 이번 국정연설에서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그런 선제타격을 검토한다면 “매우 나쁜 생각”일 것이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선제 공격이 북한의 보복으로 어떤 재앙을 불어올지 경고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르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석좌는 군사 옵션은 트럼프 행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하는 선택 방안의 하나였다며, 그러나 이번 국정연설에서 이런 방안이 기존의 계획에서 더 멀어졌거나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