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 “문 대통령 방북, 비핵화 전제로 미국과 조율 거쳐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왼쪽)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초청한 건 미-한 관계와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지적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11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다만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전제로 방북 시점과 조건을 미국과 충분히 조율한다면 남북 정상회담이 역내 안정과 미-북 대화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공식 요청한 의도를 뭐라고 보십니까?

와일더 전 보좌관) 북한의 생각을 읽는 건 늘 어렵지만, 과거에 북한이 미-한 관계를 벌리기 위해 한국을 부추겼던 전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한국 대통령을 초청함으로써 한국에 개성공단 재개를 설득하고, 현재 북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위배되는 어떤 일을 하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최근 유화 공세를 최대 압박 캠페인의 효과로 해석하는데요. 북한이 한국에 대화 손짓을 하는 게 미국과의 대화가 성사되지 않는 데 대한 초조함의 표시는 아닐까요?

와일더 전 보좌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그 말이 맞겠죠. 하지만 제가 알기론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에 열려있습니다. 대화를 꺼리는 건 북한이죠. 제재는 북한이 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을 찾아 나서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재는 북한이 한국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고 봅니다.

기자) 미국이 대화에 열려있다고는 합니다만, 동시에 북한이 진지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엔 마주 앉지 않겠다는 조건도 내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와일더 전 보좌관) 방북 요청에 대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곧 적절한 방북 시점 등에 대해 미국 정부와 협의하는 등 좋은 동맹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 과정에서 북한에 어떤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고요. 가령 문 대통령이 북한에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도록 요구하는 것도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제안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미국과 한국은 두 나라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 문제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기자) 그럼 미국과 한국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올바른 여건”이라는 게 뭐라고 보십니까?

와일더 전 보좌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뭔가 긍정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게 한가지 예가 될 겁니다. 관련 활동을 동결하거나 핵, 미사일을 더 생산하지 않겠다는 성명 같은 것 말입니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현 추세를 늦추는 첫 단계 조치도 그런 여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런 조치들이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수 있는 사안들이란 말씀이신가요?

와일더 전 보좌관) 언제 그런 조치를 취해야 할지 결정하는 건 외교의 몫입니다. 하지만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런 행동들은 매우 도움이 될 겁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몇몇 진지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다른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잠재적인 조건들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가 돼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겠죠?

와일더 전 보좌관)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 비핵화 문제를 무시하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이웃 나라들에 대한 북한의 위협은 점점 더 커질 겁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북 핵 문제 해법으로 추진 중인 최대 압박 캠페인이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으로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는 없으신지요? 제재에 대한 북한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겠느냐는 질문입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 한국의 접근법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압박을 늦추지 않은 채 평양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새로운 제재를 가할 계획인 것으로 압니다. 미국은 대북 제재 강화 쪽으로 움직인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압박을 느슨하게 만들 방안을 제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목표에 역효과만 불러올 테니까요. 비핵화는 미국, 한국, 중국, 일본 등 역내 모든 나라들의 목표입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비핵화가 목표가 아님을 시사하는 행동을 한다면 역효과만 날 겁니다.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역내 안정과 더 나아가 미-북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십니까?

와일더 전 보좌관) 백악관에서 일하면서,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이 문제를 다룬 경험에 비춰볼 때 대화는 언제나 유용합니다. 때문에 저는 어려운 현 상황으로부터 출로를 모색하기 위해 얼굴을 맞대고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을 적극 지지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만큼 남북대화가 북 핵 문제를 다루고 충돌을 피할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저는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게다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짐 매티스 국방장관 모두 대화가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남북대화가 미-북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으로부터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한 의도와 미-한 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