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펜스 부통령 대북 발언, 미-북 대화 가능성 높여

  • 윤국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용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호응 여하에 따라서는 남북대화와 미-북 간 대화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어떤 의미를 갖는 건가요?

기자) 잘 알려진 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최대 압박과 관여’ 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관여는 없이 압박에 집중해 왔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압박과 관여를 병행하겠다는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 스스로 이를 `동시적인 최대 압박과 관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북한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초기 탐색적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펜스 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남북대화와 별도로 미국도 곧 북한과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비핵화를 향해 북한이 분명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제재와 압박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첫 대화는 전제조건 없이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의 당시 발언에 대해서는 백악관이 즉각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가장 강경한 인물에게서 나왔다는 점이 다릅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중에도 매일 트럼프 대통령과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 나왔을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한 게 이번 펜스 부통령의 발언과 관계가 있나요?

기자) 펜스 부통령은 한국 방문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의 제안에 대해 설명들었습니다. 또 대북 압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서도 자세히 논의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북한과의 대화 용의를 밝힌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 방문 중 표면상으로는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계속하면서도 새로운 사태 진전에 따른 대응 방안을 고민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 데 대해 미국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진전과 병행돼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한 두 나라는 앞으로 정상 간 전화통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협의는 남북관계 발전을 어떻게 북 핵 문제 진전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진행자) 미-한 두 나라가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를 하게 될까요?

기자)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당장 특사 파견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에 대한 답변을 전하는 문제를 협의하려 할 수 있습니다. 또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한 미-한 연합군사훈련 재개와 미-북 간 대화 문제도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대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말했는데요.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이란 게 결국 북 핵 문제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기자) 네, 북 핵 문제에서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도 뚜렷한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 공조할 수밖에 없고, 설사 미국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역시 성사를 장담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이번 특사 방문 기간 중 비핵화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게 있었나요?

기자) 확인이 되지 않고 있지만, 진전이 없었던 건 분명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어제(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측 고위급 대표단의 이번 서울 방문에도 불구하고 “북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차는 여전하고, 비핵화 과정에서 가시적 진전도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여동생을 특사로 남한에 파견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제안한 것을 보면, 비핵화와 관련해서 이전과 다른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없을까요?

기자) 그 부분이 분명 관심사이고요, 또 실제로 그런 가능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앞서 지적한 대로 남북정상회담은 개최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이후에도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은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너무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