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지난 13일 전 세계의 위협에 관한 청문회를 열고 북한 핵 문제와 미국의 대응 옵션 등을 집중 논의했는데요. 정보기관 수장들이 모두 참석해 북한의 전략과 미국을 겨냥한 공격 역량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정보 당국자들과 상원의원들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이조은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보 당국 수장들이 총출동했다고 해야 할까요? 안보 문제와 관련해 가장 고급 정보를 가진 관리들이 참석한 중요한 청문회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 세계의 위협’을 주제로 미 정보수장들이 모두 증인으로 출석한 연례 행사였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 대한 실제적, 잠재적 위협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관련 정보와 대응책을 논하는 자리였습니다. 물론 심각성이 크게 높아진 북한의 위협도 비중 있게 다뤄졌는데요.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정보 당국자들의 판단과 고급 정보를 일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선 미국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발언이 관심을 끌었는데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그런 말을 했죠? 어떤 맥락에서 나온 얘기였습니까?
기자) 제임스 리쉬 공화당 상원의원의 발언에 답하는 과정에서 언급된 내용입니다. 리쉬 의원은 질문에 앞서 북한의 위협을 바로 앞으로 다가온 최대의 실제적 위협으로 규정했는데요. 그러면서 미국은 매우 가까운 시일 내 이 문제를 다뤄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코츠 국장은 그 말에 동의한다면서, 미국의 결단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한 겁니다.
진행자) 미 의원들도 행정부의 대응 방안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질문이 나온 걸까요?
기자) 북한과의 대화에 관여하는 방안과 대화의 조건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화된 건 아직 없다, 이게 리쉬 의원의 지적이었습니다. 딱 잡히는 정책 대안 없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여러 옵션들에 대해서만 듣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고요. 물론 전제는 북한의 위협이 실재한다는 건데, 리쉬 의원은 특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거론하면서 북한의 최근 유화공세를 매우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사실 북한 위협을 막아낼 시간이 촉박하다는 인식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장의 최근 발언 때문에 더 부각된 거 아닌가요? 북한 핵미사일의 미 본토 공격 가능 시점을 언급했으니까요.
기자) 그랬죠. 폼페오 국장이 지난달 미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나온 얘긴데요. 김정은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얼마나 발전시켰느냐는 질문에 “몇 달 내”라고 답했습니다. 6개월 전에도 같은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사회자의 지적엔 그렇다, 그 시점을 계속 늦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렇게 얘기했고요. 폼페오 국장도 이날 청문회 자리에 나왔습니다만, 북한에 대응한 ‘결정의 시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김정은 정권에서 어떤 전략적 변화 조짐도 없다는 점을강조합니다. 핵 보유 열망에 달라진 게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진행자) 주목할 만한 의원들 발언도 좀 소개해주시죠.
기자)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주 북한 문제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가졌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어렵고 가혹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만큼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했고요. 파인스타인 의원은 특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이른바 ‘포 노(four nos)’ 발언을 거론했습니다.
진행자) ‘포 노’ 라는 게 북한이 우려할 만한 4개의 특정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약속 같은 거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북한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정권 붕괴를 촉진하지 않으며,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 않고 비무장지대 이북으로의 군사력 동원에 관심이 없다는 건데요. 파인스타인 의원은 미국의 목표가 북한 정권 교체나 붕괴가 아니라는 걸 김정은도 이해하고 있느냐고 질문합니다.
진행자) 김정은이 제대로 된 정보나 보고를 받고 있냐, 그런 질문 같은데요.
기자) 네. 북한 지도자가 과연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하겠느냐는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폼페오 국장이 답을 했는데요. 김정은의 생각에 대해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국제적, 국내적 입지와 중국과의 관계, 미국과 한국 간 깊은 관계에 대해 충분한 얘기를 못 듣고 얕은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우려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내비친 유화적 태도에 대한 평가도 나왔죠?
기자) 앞서 언급했던 리쉬 의원은 북한의 그런 태도를 스마일 캠페인, 그러니까 미소 작전이다, 이렇게 불렀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바짝 앞으로 다가왔는데, 한국은 북한의 이런 미소 작전에 다소 매료되고 마음을 빼앗긴 건 같다고 지적했고요. 리쉬 의원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시간을 벌기 위해 이런 전술 쓰는 것으로 평가했는데요. 따라서 이런 태도를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실제 의도가 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제기되는데요. 단순히 체제 보존용이겠느냐, 그런 의문이죠?
기자) 정확한 의도를 알아야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줄기차게 개발하는 것은 체제를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더 나아가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노린 행보라는 지적이 청문회에서 나왔습니다. 코츠 국장이 각 정보기관 국장들을 대표해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도가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요. 체제유지와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고, 또한 미한 동맹을 분열시켜 한반도를 지배하기 위한 야욕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핵과 미사일뿐 아니라 북한의 재래식 무기도 비중 있게 다뤄졌죠?
기자) 주로 한국을 위협하고 적화통일에 필요한 수단으로 중요하게 다뤄졌는데요. 리차드 버 정보위원장은 북한이 재래식 군사 역량을 동원할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러자 폼페오 국장은 김정은은 다른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체제를 유지하고자 할 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이라는 북한의 오랜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핵 역량에 더해 재래식무기 역량까지 늘려 역내 국가들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게 북한의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또 어떤 내용들이 다뤄졌나요?
기자) 청문회에서는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코츠 국장은 서면 답변에서 제재를 심하게 받고 있는 북한이 자금 조달과 정보 수집, 또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공격을 위해 사이버 활동을 활용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또 북한은 향후 미국에 대한 가장 불안하고 대결적인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가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예. 최근 열린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거론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