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예정됐던 만남이 취소된 사실은 미-북 간 대화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핵 협상은커녕 대화를 위한 만남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 기간 중 북한 측과 만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됐었던 일이죠?
기자) 네, 펜스 부통령 자신이 서울에 도착하기 전에 몇 차례 공개 발언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같은 내용의 언급을 하는 바람에,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급 수준에서 뭔가 입장이 조율됐을 것이란 관측을 낳았습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북 간 첫 고위급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가 큰 관심을 자아냈었습니다.
진행자) 비록 불발됐지만, 펜스 부통령이 북한 측과의 만남을 약속했었다는 건 주목할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과 제재를 계속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용의를 밝힌 미국의 입장에서는, 대화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북한 측에 넘길 명분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일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바라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의 여건을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확인됐습니다. 백악관은 북한이 예정된 만남 2시간 전에 취소를 통보하면서 펜스 부통령의 새로운 대북 제재 발언과 탈북자 면담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런 상황은 향후 미-북 간 대화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은 오늘(21일)도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을 통해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탈북자를 면담하고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한 일을 거론하면서, `역겨운 대결 광대극’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앞으로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사라진 건가요?
기자)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비난 등 `도발적’ 언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미국은 자극적인 대북 발언을 자제하는 게 미-북 간 예비대화의 전제가 된 형국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미국은 이미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공은 북한 측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이번 사안을 통해 미국의 최근 대북 관여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최고위 수준에서 이뤄진 것임이 확인됐는데요, 이는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펜스 부통령이 밝힌 북한에 대한 `동시적인 최대 압박과 관여’가 지속될 것임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전혀 다른 것이란 점도 거듭 확인하고 있지요?
기자) 네, 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원하면 대화할 수 있지만 협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해야 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입니다.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라는 목표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은 미-북 간 협상은커녕 대화 조차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네요.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제재의 목표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나선 것도 강한 압박의 결과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다만, 협상의 조건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에는 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