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의 지난해 식량 지원이 21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세계식량계획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소의 실케 버 대변인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12월 북한 74개 시, 군 내 임산부와 수유모, 어린이 등 취약계층 57만8천여 명에게 1천703t의 식량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지원을 받은 취약계층에는 지난해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23개 시, 군 내 14만3천여 명의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됐다고 실케 버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지난 한 해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에 지원한 식량은 총 2만1천777t으로, 1996년 이후 21년 새 가장 적은 규모입니다.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지원은 지난 1995년 5천140t으로 시작해 1996년 5만4천여t으로 늘었고, 1997년에는 43만2천여 t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후 2001년에 사상 최대인 93만여 t을 기록한 뒤 2002년엔 37만t으로 줄고, 2005년까지 30만t 수준에 머물다 2008년 13만6천t, 2010년 5만여t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어2014년부터 3만t 미만으로 크게 줄어 지난 2015년 2만4천600여t, 2016년 2만4천500여 t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세계식량계획의 지원이 감소한 것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모금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실케 버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해 3월 초부터 자금 부족으로 북한 유치원 어린이들에 대한 영양강화식품 지원을 일부 중단했었습니다.
자금 지원이 제 때 이뤄지지 않아 영양강화식품 생산에 필요한 비타민 혼합식품 구입과 운송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세계식량계획의 설명이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비타민 혼합식품의 부족으로 3월 초부터 4월 말까지 유치원 어린이 19만여 명에 대한 영양강화식품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다만 이들에게 표준배급량의 3분의2정도 분량의 영양강화 과자는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1월부터는 유치원 아이들 19만 명에 대한 식량 지원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또 올해 1월부터는 식량을 지원하는 지역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WFP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진행할 수 있는 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북한 유치원 아동들에 대한 지원을 재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구는 식품 원료를 구입해 운송하고 현지 식품공장에서 가공해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데 보통 6개월이 걸린다며, 정상운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WFP는 최근 몇 년 간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이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자연재해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에 대한 무역과 투자가 제한돼 주민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주민 1천800만여 명이 다양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5세 미만 어린이의 28%가 만성 영양실조, 4%가 급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취약계층의 만성, 급성 영양실조 문제를 개선하고 주민들이 자연재해에 더욱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이 계획대로 운영되려면 국제사회의 자금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WFP는 밝혔습니다.
WFP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대북 영양 지원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5천300만 달러이지만, 22일 현재 모금액은 220만 달러로 목표액의 4.2% 수준입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