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시리아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도움을 준 정황이 유엔의 보고서에서 공식 확인됐습니다. 시리아로 향하다 적발된 북한발 컨테이너에는 화학 공장의 내장제가 들어 있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총 6페이지를 할애해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적 협력 정황을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16일 공개된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패널은 지난 수 년간 이뤄져 온 ‘북한 측 탄도미사일 기술자들의 시리아 내 활동’과 ‘북한이 시리아에 보낸 보고되지 않은 화물’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펼쳤습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 탄도미사일 기술자들이 오랜 기간 시리아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전문가패널은 1개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북한 련합-2 기업소가 2008년 방향조정이 가능한 시리아의 스커드 D 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데 이어 2011년과 지난해 3월14일에도 북한측 대표가 시리아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2016년 11월 북한 탄도미사일 기술자들이 단체로 베이징과 두바이 공항을 거쳐 시리아 다마스커스로 향했고, 이보다 앞선 8월에는 화학 무기 프로그램에 필요한 특수내성 밸브와 온도측정계가 시리아 측에 전달됐다는 점을 통보 받았다고 명시했습니다.
아울러 또 다른 북한의 미사일 기술자들도 2016년 6월 시리아를 방문했는데, 이들이 머문 곳은 시리아 군 시설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유엔의 제재 대상인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시리아 사무소 관계자 류진은 2015년 7월과 2016년 6월 사이 볼베어링과 광섬유케이블을 시리아로 보냈고, 북한 기술자 3명을 시리아에 초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과거 전문가패널이 북한과 시리아 간 군사적 협력 정황을 지적한 적은 있지만, 당시 짧게 몇 문단으로 정리했을 뿐 이처럼 상세한 내용을 공개한 건 처음입니다.
시리아는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공격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나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시리아의 한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59발을 발사해 폭격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시리아 측은 전문가패널에 “시리아 내 북한의 기술회사는 없으며, 북한 출신 일부 개인만이 체조 선수 등을 훈련시키는 등 협력은 스포츠 분야에 국한돼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시리아에 보낸 화물에도 집중했습니다.
보고서는 조선광업개발회사가 40건이 넘는 이들 화물들을 발송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행선지는 시리아 과학연구센터가 만든 유령회사였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2개의 유엔 회원국이 차단한 시리아행 6개의 컨테이너에는 5천 제곱미터 면적을 채울 수 있는 내산성 타일이 들어있었는데, 전문가패널은 유엔 회원국들을 인용해 이들 타일이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제품들로 화학 공장의 내장제로 쓰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전문가패널은 앙골라와 에리트레아, 모잠비크, 미얀마, 나미비아,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에서 확인된 대북제재 위반 사례들을 일일이 나열했습니다.
이중 아프리카 나라 모잠비크의 경우 지대공 미사일과 레이더 등의 구매와 탱크 정비사업에 대해 북한과 계약을 맺었으며, 이에 따라 조선광업개발회사와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청송연합회사 관계자 여러 명이 지난해까지 모잠비크를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말 모잠비크가 북한과 수산업과 관련한 합작기업을 만들어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모잠비크가 지난해 10월부터 전문가패널에 협조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 외교부 차원에서 추가 협조 의사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