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 교체를 단행한 것은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전쟁'말고 다른 옵션이 없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켈리 맥사멘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이 진단했습니다. 또 북한은 늘 각본(playbook)대로 움직여 왔다며, 북한을 직접 다뤄 본 경험 있는 협상팀이 조속히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태 안보담당 수석 부차관보와 차관보 대행을 지낸 켈리 맥사멘을 안소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북한 김정은이 한국 정부를 통해 미국에 대화 제의를 해 왔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맥사멘 전 차관보 대행) 대북 제재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료 관련 제재가 힘을 발휘한 것으로 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흥정이 가능한 대상으로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화 제의를 승낙했을 때 쾌재를 불렀을 겁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 한데, 이런 시각과 대북제재의 효과가 둘 다 작용했다고 봅니다.
기자) 무엇보다 ‘비핵화’를 의제로 미국에 대화 제의를 해왔는데,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맥사멘 전 차관보 대행) 김정은은 궁극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정을 보장받으려 할 겁니다. 동시에 미-한 동맹 균열을 일으킬 방법을 모색할 것이고요. 때문에 김정은의 전략에 대해 굉장히 조심해야 합니다. 분명 비핵화를 얘기하면서 주한미군철수 등 여러 조건을 나열할 텐데, 미국과 동맹국들은 조심스럽게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기자) 미-북 대화가 예정된 가운데, 최근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국무장관에 내정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맥사멘 전 차관보 대행) 이런 협상은 (정부에) 어떤 인물들이 포진돼 있는 지가 중요합니다. 폼페오 국무장관 내정자 등이 그 예인데, 저는 사실 외교에 있어 이 부분이 다소 걱정됩니다. 왜냐면 근본적으로 (외교적 관여가) 실패로 돌아가면 '전쟁' 말고는 다른 옵션이 남아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죠. 마이크 폼페오 내정자는 대체적으로 북한 상황에 대해 매파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인사 조치는 미-북 정상회담은 연습용이 아니라는 것, 실질적인 ‘게임 전략’이라는 것을 현 정부가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향후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CIA 의 역할이 커진 것으로도 볼 수 있을까요?
맥사멘 전 차관보 대행) CIA의 역할이 단순히 커졌다, 아니다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북한 문제에 있어) 정부 부처들의 동참은 상당히 적절한 것이라고 봅니다. 국무부, CIA, 국방부 등 각 부처가 서로 연결돼 같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 국무부에 북한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신가요?
맥사멘 전 차관보 대행) 북한과 직접 협상해 본 인력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데 대해 걱정스럽게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런 부분이 북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북한은 자신들의 각본(playbook) 대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직접 겪어보고, 만나본 경험 있는 인재가 중요합니다. 이런 인재들을 하루 빨리 찾아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자) 5월 안에 열릴 수 있는 미-북 대화는 긍정적으로 보십니까?
맥사멘 전 차관보 대행) 전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생각해보세요. 3주 전에 우리는 ‘예방적 전쟁’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 문제는)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재차 언급하지만 북한의 의도를 잘 살펴 보고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실패로 돌아가면 다른 옵션이 없어 보이니까요. 전 북한과의 대화를 지지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능성 있는 이번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캘리 맥사멘 전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 대행으로부터 미-북 정상회담 준비와 예상되는 변수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대담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