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 17·18일...아베 "트럼프에 납치문제 협조 요청"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5일 자신이 총재로 있는 자민당 도쿄 당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다뤄줄 것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납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베 일본 총리가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납치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17일과 18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다가오는 미북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납치 문제를 제기해 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하겠다는 겁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달 30일 총리 관저에서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규탄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know it kidnapped a sweet 13-year-old Japanese girl from a beach in her own country to enslave her as a language tutor for North Korea’s spies.

북한이 자국 공작원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게 하려고 13세 일본인 소녀를 납치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언급한 13세 소녀는1977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씨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해 11월 일본 방문 중에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일본인 17 명을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로 공식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다른 일본인 실종 사건에도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면서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최종보고서에서 적어도 100명의 일본인들이 북한에 의해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납치 이유는 북한 간첩과 군사 훈련 학교에서의 외국어 교육, 납북자의 전문 기술, 그리고 많은 경우 북한 내 외국인들에게 결혼 상대로 삼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인 납치에 관한 정보를 폭로해 온 이시다카 켄지 기자는 COI 도쿄 공청회에서, 1980년 6월 실종된 하라 타다키 씨의 납치과정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북한 요원 신광수와 협력했던 일본인 세 사람이 그의 지시에 따라 오사카에서 근무하는 하라 타다키라는 요리사를 납치했고, 규슈에서 다른 북한 간첩과 만나게 하고 그를 가방에 넣어 북한으로 돌아가는 배에 강제로 태웠다는 겁니다.

납치 문제 자체를 부정하던 북한은 지난 2002년 9월 열린 북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인 13명의 납치를 인정하고 5명을 일본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8명은 사망했다고 밝히고 4명에 관해서는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북한과 일본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2014년 5월 말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시작하고, 일본은 이에 맞춰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늦어도 초가을까지 초기 조사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후 양국 간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2014년 10월 이후에는 공식 협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납치 문제를 해결하라고 북한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녹취: 시노 대사] “Abductions issue is a great human rights and humanitarian issue that directly impact Japan’s sovereignty……”

제네바주재 일본대표부의 시노 미츠코 차석대사는 지난 달 열린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납치 문제는 일본의 주권과 일본 국민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인권 문제이자 인도적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