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노동신문'에서 사라진 '핵·경제 병진정책'

  • 최원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최근 평양에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가 잇달아 열렸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회의에서 처음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언급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이날 회의를 통해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보고에서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북남 수뇌 상봉(남북정상회담)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시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시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 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였으며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 방향을 비롯한 당이 견지해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를 제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 언론은 그동안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를 밝히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조미 대화’라고 간단히 언급하는 선에 그쳤습니다.

워싱턴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미국과 북한이 아직 정상회담의 장소와 일정, 의제를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미국과의 회담을 언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Because neither side right now hasn’t come to agreement…”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남북정상회담과 미국과의 대화를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남한과 미국에 대한 정책을 전환하면서 노동당의 결정이라는 형식을 밟으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정상적으로 당이 운영되고 있다, 과거처럼 개인의 지도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가동해, 이를 통해 전략적인 문제를 토의, 결정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특히 두드러진 점은 핵 무력 건설과 병진 노선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겁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미국과의 대화, 2018년도 예산안, 그리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등이 논의된 이 회의에서 핵 무력 건설과 병진 노선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습니다.

그 동안 북한은 핵과 병진정책을 강조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7기 전원회의만 해도 김정은 위원장은 “핵 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을 틀어쥐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국 회의에서만 ‘핵과 병진 노선’이 빠진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11일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6주년을 기념하는 중앙보고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당,정,군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최룡해 당 부위원장은 보고에서 “김정은 동지는 최강의 자위적 국방력을 마련한 강철의 영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룡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우리 당과 국가의 최고 수위에 모신 6돌을 경축하고…”

그러나 최룡해는 북한을 ‘전략국가’로 표현했지만 핵 무력이나 병진 노선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3월31일은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비핵화 뜻을 밝히면서 내부적으로 핵 무력이나 병진정책을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 된다고 보고 이에 대한 언급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Diplomatic talks they have denuclearization…"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비핵화’나 ‘미-북 정상회담’ 문제를 거론하지 않거나 가급적 낮은 톤으로 다루려는 것은 11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이날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예산과 인사, 경제 문제 등을 다루며 예년과 비슷한 통상적인 수준에서 진행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