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미-북 핵 중재 나선 문재인 한국 대통령

  • 최원기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과 함께 회담 지지 문구를 적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이 막을 내린 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눈은 미-북 정상회담을 향하고 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해야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성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를 둘러싼 워싱턴과 평양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는가 여부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었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9시 15분부터 1시간 15분 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한편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의겸 대변인] “ 두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핵 문제 고비마다 전화통화를 하며 공조를 다져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판문점을 미-북 회담 장소로 거론하면서, 그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그 곳에 있고, 또 미국은 문 대통령을 통해 북한에 연결돼 있다”고 말한 것은 두 정상의 긴밀한 유대와 공조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also told the President Moon and through President Moon, we connected with North Korea. There is something that I like about it because you are there. You are actually there. If things work out, there is a great celebration to be had on the site, not on the third party country.”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은 비핵화를 둘러싼 워싱턴과 평양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입니다.

[녹취: 정창현] "남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하려면 미-북 간에 대화와 협상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 북한,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에 대한 개념 차이나 이행 방안에 대해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북한은 핵 문제를 ‘단계적, 동시적’ 해법으로 풀자는 입장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27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남한과 미국이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의 노력에 선의로 응답하고, 평화와 안전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마디로 북한은 단계별 비핵화와 단계별 제재 해제, 그리고 보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백악관과 국무부는 과거의 점진적, 단계적 비핵화 시도가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신속하고 과감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신임 국무장관도 지난 2일 취임식에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며 미국의 목표는 신속하고 완전한 비핵화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We are committed to the permanent,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ing of North Korea’s weapons of mass destructions programs, and to do so without delay.”

여기에 더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선 핵 폐기, 후 비핵화’를 골자로 하는 리비아식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핵화를 둘러싼 워싱턴과 평양의 현격한 시각차를 감안할 때 중간에 서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양측에 ‘의심만 하지 말고 성실하게 대화와 협상을 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을 것이라고 정창현 소장은 말합니다.

[녹취:정창현]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보다 상호 대화와 협상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미국은 신속한 비핵화를 바라고 있지만 비핵화가 그렇게 빠르게 이뤄질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검증과 폐기 같은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대북 제재 해제와 보상, 그리고 미국 내 정치적 절차 등을 감안할 때 비핵화는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트로이대학의 대니얼 핑크스톤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핑크스톤]”All about take time and political schedule…”

한반도 상황은 아직까지는 문 대통령의 구상대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선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이 한국전쟁 종전을 논의하고 있다"며 자신이 이를 축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They do have my blessing to end the war people don’t realize the Korean War…"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떠오르는 것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큰 호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트위터에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 자유의 집이나 평화의 집이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판문점이 정상회담 장소로 정해질 경우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미-북 정상회담에 간여하거나 조언할 수 있습니다.

또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참여해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하는 남-북-미 3자 회담도 열릴 수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