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힌더스틴 전 조정관] “보유 중인 핵무기 폐기 전례 없는 게 과제…북 과학자들 통제해야”

IAEA 관계자들과 이란 기술자들이 지난 2014년 이란 테헤란 남쪽 나탄즈 핵 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용 원심분리기 작동을 중단시키고 있다.

국제사회는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에 대한 비핵화 검증 절차를 밟아본 적이 없다며 이 부분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코리 힌더스틴 전 에너지부 핵안보비확산정책 담당 선임조정관이 밝혔습니다. 힌더스틴 전 조정관은 10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과거 북한은 민간 용도라고 주장한 핵 시설을 군사용으로 전환한 전례가 있다며 민간 핵 시설 역시 비핵화 범주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비핵화 과정 중 확산을 막기 위해 핵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란 핵 합의 관련 정책 수립에도 참여한 힌더스틴 핵위협방지구상(NTI) 국제 연료주기전략 담당 부회장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정상회담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부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검증 등의 한계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십니까?

힌더스틴 전 조정관) 한반도의 비핵화는 어떤 비핵화가 됐든 복잡할 겁니다. 어려운 합의가 될 것이고 또 이행하기 어려운 합의가 될 것이라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우선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운반체계를 폐기하는 것을 뜻하는지, 또 민간 전력에 사용될 수 있는 모든 핵 관련 활동들까지 끝내는 방안들이 담길지 확실히 해야 합니다.

기자)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힌더스틴 전 조정관) 저는 북한의 핵 활동을 가능한 많이 감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과거 민간 시설이라고 주장한 것을 군사용으로 전환한 전례가 있습니다.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은 아주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선언을 출발점으로 삼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한국과 북한은 최근 판문점 선언에서 과거 합의들을 이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도 여기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남북 비핵화 선언이 하나의 로드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시군요.

힌더스틴 전 조정관) 물론 협상은 협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민간 용도의 핵 활동에 대한 포괄적인 검증이 가능할 지 여부가 핵심이 될 겁니다. 또한 북한의 민간 핵 활동을 일부 허용하는데 따르는 비용과 손해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활동을 모두 끝낸다고 해서 평화로운 핵 에너지를 통한 혜택을 영원히 얻지 못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역내 국가들은 북한과 북한 주민들이 평화로운 핵 에너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기자) 언급하신 방안은 옛 소련권의 핵무기 보유국들에 적용했던 ‘협력적 위협감축 조치(Cooperative Threat Reduction, CTR), 혹은 넌-루거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데요. 최근 실제로 미국이 비핵화의 일환으로 북한에 핵 기술자 수천 명을 해외로 이주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습니다. 북한의 핵 과학자를 포함한 모든 핵 관련 프로그램을 해체하고 관리하는 대신 대가를 지불해주는 게 북한 비핵화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힌더스틴 전 조정관) 협력적 위협감축 조치 모델은 훌륭한 모델이며 한반도의 포괄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고려해봐야 할 사례입니다. 이 모델의 이점은 비핵화를 하는 측과 이를 요구하는 측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입니다. 핵 관련 물질과 운반 체계에 대해 직접적으로 접근할 뿐만 아니라 양측이 협력해 환경 복원과 북한의 핵 시설 해체, 그리고 핵심 핵 전문가들의 이주를 이뤄내는 겁니다. 이는 핵 전문가들을 제거한다는 뜻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핵 관련 산업에서 중요한 점은 수 십 년 동안 지식과 경험이 축적된다는 점입니다. 핵 확산 방지 목적 등을 위해 핵 물질이나 핵무기에 대한 특별한 지식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든 어떤 곳에서든 머물게 해 관련 지식을 다른 국가에 이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기자) CTR이 카자스흐탄이나 벨라루스 등에서 성공했던 것처럼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힌더스틴 전 조정관) CTR 모델은 전반적으로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핵 물질과 대량살상무기(WMD) 운반체계들을 제거하고 폐기하는 결과로 이어졌었죠. 또한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뿐만이 아닌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다른 유럽 국가들과 함께하는 여러 협력 사업이 이뤄졌습니다. CTR이 과거에 성공했다고는 보지만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또한 북한은 당시 러시아와 상황이 다릅니다. 이상적으로는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통해 북한의 모든 핵무기들을 폐기하는 게 목표일 겁니다.

기자) 국제사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비핵화에 성공한 바 있지만 북한은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말씀이십니까?

힌더스틴 전 조정관) 가장 어려운 부분은 보유 중인 핵무기 자체에 대한 비핵화입니다. 저희는 핵무기 폐기를 검증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남아공은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한 다음에 저희가 검증을 한 경우입니다. 핵무기 프로그램 자체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폐기하고 검증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겁니다. 이 점이 아주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는 핵무기 보유 국가의 전문가들이 핵심 역할을 맡아야 된다고 봅니다. 반면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분리 관련 프로그램 검증의 경우는 수십 년의 경험이 있습니다. 이란의 경우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 있죠.

기자) 지난 2012년과 2013년 당시 싱가포르와 제네바 등에서 북한 관리들과 만나 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신 경험이 있으신데요. 당시 미국과 북한 측의 요구 사항들은 어떤 게 있었습니까?

힌더스틴 전 조정관) 해당 논의들에 대한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건 2018년의 북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겁니다. 지금 북한은 관여에 나설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관여의 끝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역내 다른 동맹국들이 원하는 목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매우 강력한 협상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검증 과정을 비롯한 비핵화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오셨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힌더스틴 전 조정관) 협상 과정이나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미국이 이뤄내고 싶어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검증 절차가 필요한지, 또 모든 절차가 끝난 뒤 얼마나 확신할 수 있을지 명확히 정해놔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비핵화라는 것은 북한이 어떤 핵무기도 보유하지 않고 이상적으로는 모든 핵 연료 주기 관련 시설, 특히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분리 시설을 없애는 겁니다. 핵 물질 제조부터 핵무기 생산, 실험 시설, 운반 체계 탑재 관련 기술과 시설 등을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양측이 모두 이런 절차에 진지하다면 이뤄낼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 과정은 정확히 얼마나 걸릴까요?

힌더스틴 전 조정관) 정확한 시간을 추측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진행하려면 신속히 끝낼 수 없습니다. 이 과정의 끝에서 비핵화를 이뤄냈다는 최대한의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당사국들 모두 서로 신뢰를 쌓고 관계를 키워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코리 힌더스틴 전 조정관으로부터 북한 비핵화에 필요한 여건과 검증 절차의 한계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