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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한 핵실험장 ‘폐쇄’아닌 ‘해체’돼야…갱도 메우고 설비 제거”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약속한 ‘폐쇄’가 아닌 ‘해체’ 수순을 밟아야 불능화시킬 수 있다고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이 밝혔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3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핵실험 통제 장비를 제거하고 콘크리트로 갱도들을 완전히 메워야 현장의 잔여 핵 물질에 대한 접근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핵확산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검증 작업엔 핵비보유국이 참여하는 대신 IAEA가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1, 2차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던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을 비핵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절차부터 짚어주시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협상 초반 도출할 합의가 아주 중요합니다. 비핵화의 의미는 뭔지, 적정한 기간 안에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란 무슨 뜻인지에 대한 합의죠. 돌이킬 수 없는 작업들이 비핵화 과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에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기자) 북한이 약속대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의미를 부여할 만 합니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김정은이 약속한 건 “폐쇄(closing)”인 걸로 압니다. “해체(dismantlement)”와는 다른 의미죠. 집을 예로 들면, 사용하고 싶지 않을 땐 묻을 닫아 놓지만 내부 시설은 그대로 놔두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집을 “해체”하는 건 집안에 있는 것들에도 뭔가 조치를 취하는 거고요. 김정은이 뭘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폐쇄”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기자)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첫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하는데, 이걸 보면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핵실험장에서 전선을 철거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할 만 합니다. 아주 단순한 “폐쇄”보다 약간 더 나간 조치이니까요. “해체” 쪽을 암시한다고 할까요?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진행된 건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풍계리 핵실험장의 “해체”로 간주하시겠습니까?

하이노넨 사무차장) 그 곳엔 몇 개의 터널이 뚫려있습니다. 핵실험이 가능한 2개의 갱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콘크리트로 이 터널들을 메우든지 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전선을 철거해야 합니다. 핵실험을 통제하고 진단하는 모든 과학 설비를 현장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핵실험 통제실도 마찬가지고요.

기자) 하지만 북한 어딘가에 또 다른 핵실험장이 있다면 소용없는 일 아닌가요?

하이노넨 사무차장) 그래서 풍계리 시설이 유일한 핵실험장이라는 사실을 김정은이 선언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핵실험장은 존재하지 않고 건설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거나 적어도 당분간은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기 위해선,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자) 그런 선언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다른 곳엔 핵실험장이 없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하이노넨 사무차장) 북한이 다른 핵실험장이 없다고 선언했는데도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발견된다면 현장에 가서 검증해야 합니다. 다른 데서 이뤄지는 굴착 작업이 핵 개발 목적이 아닌지 확인하는 겁니다. 북한에선 광산 활동이 널리 진행 중이므로 섣불리 결론 내리지 말고 매우 주의 깊게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선은 북한으로부터 추가 핵실험장 존재 여부를 담은 엄중한 성명을 받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기자) 터널들을 메우고 관련 설비를 모두 제거하면 풍계리 핵실험장은 폐쇄됐다고 결론 내려도 됩니까? 할 게 더 없나요?

하이노넨 사무차장) 이 특정 시설은 그걸로 충분합니다. 물론 지하 터널엔 폭발하지 않은 핵 물질, 즉 플루토늄 혹은 우라늄이 남아있습니다. 핵실험을 할 때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모두 타서 없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우 깊은 곳에 있는 이 물질을 제거하기란 매우 어렵죠. 하지만 터널이 제대로 봉인만 되면 이런 물질을 채취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려워집니다.

기자) 미국이든 IAEA든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 검증하는 게 가능합니까?

하이노넨 사무차장) 대부분 검증 가능합니다. 계획을 잘 세워야죠. 우선 핵실험장이 어떤 구조인지, 거기서 어떤 방식으로 무슨 실험을 했는지, 무엇을 갖고 있는지, 어떤 장비를 사용했는지 등을 북한이 신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어 현장을 직접 점검해 북한이 제출한 자료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게 되죠. 그런 뒤에, 이 시설을 되돌릴 수 없게 해체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찾는 겁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실행하면 됩니다.

기자) 반면 북한이 얘기하는 게 “해체”가 아니라 “폐쇄”라면 그냥 핵실험장 입구만 막는 걸로 끝날 수 있다는 건가요?

하이노넨 사무차장) 그렇습니다. “폐쇄”는 “해체”에 못 미치는 조치죠. 핵시설을 “폐쇄”한다 해도 마음만 먹으면 해당 시설을 복구할 핵심 설비는 고스란히 남는 겁니다. 제가 “패쇄”와 “해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거듭 강조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이 지난 2007년 6월 UN 핵 사찰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이 지난 2007년 6월 UN 핵 사찰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기자) 풍계리 핵실험장이 아직 ‘건재’한지 여부를 놓고 엇갈린 주장이 나옵니다. 위성 사진 등을 토대로 한 이런 분석들을 믿어도 됩니까?

하이노넨 사무차장) 위성으론 알 수 없습니다. 위성은 유용한 수단이자 유일한 관측 수단입니다. 거기서 너무 많은 걸 읽으려고 해선 안됩니다. 더 많은 게 필요합니다. IAEA에서 ‘모든 출처의 정보 시스템(all source information system)’이라고 부르던 방식이죠. 핵실험장의 모든 측면을 모든 정보를 동원해 살펴본 뒤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위성은 현장을 24시간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장막 아래 숨겨진 건 볼 수도 없습니다. 최선의 방안은 현장 방문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검증 작업을 IAEA에만 맡기지 말고 미국이 직접 들어가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하이노넨 사무차장) 미국 정부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미국도 독자적 검증을 원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국제사회 차원에선 북한, 혹은 한반도가 비핵화됐다는 선언이 IAEA에서 나오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런 사실 여부를 미국 등과 대조해볼 순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엔 예민한 확산 문제가 걸려있습니다. 핵실험장에서 얻을 수 있는 핵무기 설계 정보가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로 유입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가령 한국이나 일본,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이 북한의 핵 기술을 습득하지 않도록 검증은 IAEA와 같은 국제기구에 맡기는 게 좋습니다.

기자) 완전한 검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네요.

하이노넨 사무차장) 100% 확신할 순 없습니다. 검증은 확률의 문제이니까요. 두 가지 측면에 달렸습니다. 첫째 검증 대상 국가가 얼마나 성실하게 신고하느냐 입니다. 모든 장소와 정보에 대한 접근의 문제죠. 두 번째는 검증의 접근 방식 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해당 시설이 정말 폐쇄됐는지, 추가 시설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장기적으론 감시 계획을 세우는 겁니다. 해당 시설이 재가동되는지, 북한 기술자나 기관이 관련 연구를 다시 시작하는지, 비밀 시설이 존재하는지가 감시 대상이죠. 북한에 적용될 조항엔 어떤 모호함도 없어야 합니다. 북한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대가가 따르도록 말입니다.

기자)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강조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이른바 PVID를 기존의 CVID와 다른 개념으로 보십니까?

하이노넨 사무차장) 매우 다르다고 봅니다. 북한의 비핵화에 농축 활동 금지도 포함된다면 북한은 앞으로 농축 시설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이건 영구적인 거죠. 반면 이란 핵 합의, JCPOA는 다릅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해왔고, 앞으로 수년 안에 농축 역량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란에 대한 제약은 영구적인 게 아니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으로부터 북한 핵 시설의 해체와 검증 절차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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