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추가 대북제재를 무기한 유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의회 내에서는 미-북 정상회담 진전 상황과 별도로 더욱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추가 대북제재는 북한과의 협상력을 높이고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에 나설 준비가 될 만큼, 미국이 충분한 압박을 가한 것인지 진지하게 의심해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마키 의원은 29일 성명을 통해 북한 정권이 제재의 위력을 느낀 것인지 불확실하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회는 북한에 더욱 엄격한 조치를 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김정은 정권의 주요 조력자인 중국에 더욱 강한 조치를 가할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북 협상이 실패한다면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늘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대북제재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앞서 지난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과의 대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추가 대북제재가 무기한 연기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십 건에 달하는 추가 대북제재를 이르면 29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었으나 미-북 회담이 재추진 되면서 대북제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당초 계획했던 제재 대상에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상원 은행위 민주당 간사인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29일 오하이오 신시내티에서 열린 한 행사 후 기자들에게 대북 제재 법안을 발효시킬 것을 백악관에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제재 압박을 늘려 미-북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을 높이자는 겁니다.
브라운 의원이 지칭한 제재 법안은 ‘대북 은행업무 제한 법안’으로 지난해 말 은행위를 통과해 현재 상원에 계류 중입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지난해 6월 뇌사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추모하기 위해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한법’으로 명명됐으며, 짧게는 ‘브링크액트’라 불립니다.
법안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에 세컨더리보이콧, 즉 제3자 제재를 의무적으로 가하는 조치로, 북한의 국제금융망을 원천봉쇄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또 그 동안의 대북 제재에 법적 구속력을 부과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따른다는 점에서 다른 제재 법안들과 차별됩니다.
미-북 정상회담과 비핵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직전까지 미 의회는 추가 대북제재 대상과 이행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왔습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은 지난 24일 VOA에 의회는 추가 대북제재가 담긴 법안들을 통과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의회가 추진하는 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대형 은행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가드너 의원은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은 중국에 5천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을 비롯해 대북 제재를 위반하고 있는 모든 기업들을 처벌해야 북한을 철저히 고립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테드 요호 의원도 지난 23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에 제3자 제재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이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논의됐었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어 중국 농업은행이나 건설은행이 북한 돈세탁에 연루돼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의회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었습니다.
현재 상원에는 가드너 의원이 상정한 ‘효과적인 외교 촉진을 위한 영향력 법안’이 계류돼 있습니다.
짧게는 ‘리드액트’라 불리는 이 법안은 브링크액트와 마찬가지로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의 미 금융시스템 접근을 의무적으로 차단시키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북한을 고립시키는 노력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에 주재하는 미 외교 공관 수를 줄이는 등 외교적, 경제적 압박 조치를 동시에 취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가드너 의원은 지난 24일 VOA에 미-북 회담 취소와 관련해, 이제 의회가 우선 추구해야 하는 옵션은 리드액트라며 지금이 이 법안을 통과시킬 적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브링크액트 최초 발의자인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지난 23일 VOA에 상원 은행위원장에게 브링크액트를 본회의 표결에 넘길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