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탈북자들 “미북회담 좋은 결과 기대…북한 비핵화 의지에는 의구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한 후 직접 배웅하고 있다.

미국 내 탈북자들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모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중서부에 정착한 탈북자 김해성 씨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북한의 변화를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김해성] “큰 틀에서 우리가 북한 정권을 교체하고 큰 틀에서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면 교류와 협상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는 북한 같은 사회에서는 교류와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개방이 되는 조건에서만 사회적 변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국제 정세가 변화하면 북한 내에도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세계와 주변국가들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서부에 살고 있는 탈북자 제임스 리 씨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북한의 개방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제임스 리] “ 북한이 개방하는, 국민들이 압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차원에서 개혁이 좀 더 빨라지지 않겠느냐 라는 기대를 가져요. 첫째로는 비핵화가 목적이지만.”

리 씨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원하는 대로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경우 북한의 변화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면 인권 등 그 다음 문제의 해결도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리 씨는 이 같은 낙관적인 기대들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이 회담 하루 이틀을 앞두고 불참을 선언하거나, 회담에 참가해도 별다른 성과 없이 만남을 위한 만남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리 씨는3대에 걸친 북한 김 씨 정권의 협상방식을 고려할 때 그 같은 가능성을 절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주탈북자동지회의 김창호 회장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평화가 이루어져야 고향의 형제들을 만나고 전화통화라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회장은 특히 북한 핵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전쟁이 종식되고 북한의 폐쇄 정책이 끝나면서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등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에 응한 북한의 속셈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 김창호 회장]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로 담판이 흘러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쨌든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할 거예요, 아마.”

김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이 같은 속셈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당초 생각과 다르게 진행되면 회담을 포기하고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주탈북자선교회의 마영애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이 잘 진행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탈북자들 모두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과거 행적을 볼 때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 기회를 놓치는 것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마영애 대표] “만에 하나라도 이번에 하나 밖에 없는 단 한 번의 기회를 김정은이 잘못 사용한다면, 영원히 북한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어질 수 있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 대표는 또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 뿐 아니라 인권 문제도 중요하게 거론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정치범수용소 등 북한의 열악한 인권 문제를 반드시 제기해 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