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미국 내 탈북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잇따라 탈북자들을 면담한 것을 환영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런 분위기가 한국 내에서도 이어지길 바랬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내 탈북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탈북자 지성호 씨를 소개하고 백악관으로 탈북자들을 초청해 면담한 데 이어 펜스 부통령도 한국에서 탈북자를 면담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에 큰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의 인권 개선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역할에는 회의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미국에 입국해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30대 탈북 여성 데보라 최 씨는 지성호 씨가 미국 대통령의 환대를 받는 모습이 기쁘면서도 마음 한켠 씁쓸한 심정이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데보라 최] “저는 솔직히 한국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트럼프 대통령님이 해주신 거,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감사를 드리고 한국 정부에는 창피해요. 한국 정부가 더 강하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한국은 눈치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당하게 탈북자들 옆에 앉혀놓고 같이 목소리를 내주시는 것에 대해 ..”
데보라 씨는 한국을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소셜미디어나 뉴스 등을 보면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에 대해서 만큼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이 북한인권 활동을 힘겹게 하고 있는데, 이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것 같다는 주장입니다.
[녹취: 데보라 최] “확실히 새 정부가 탈북자들한테는 불리하고, 그나마 한국에서 탈북자 인권운동가들이 매우 불리하고, 한국에 북한인권 운동가들이 이뤄놓은 노력해 놓은 일들을 한국 정부가 허물어 뜨리는 거 같아요. 내놓고는 아니라도, 제가 보고 읽고 들은 뉴스로 접한 거 보면 막 소리없이 제재하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의 새 정부 밑에서 우리 한국에 걔시는 탈북자 분들 되게 어렵게 목소리를 내고 있고 진짜 그게 보이거든요. 그것을 통해서 어렵게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데, 그거를 무시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데보라 씨는 북한인권 활동을 하는 탈북자들이 미국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지 몰라도 자신이 지켜본 바로는 한국에 돌아가면 사정이 다를 거라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50대 탈북자 데이비드 김 씨는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을 개선하려는 탈북자들의 활동에 긍정적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씨는 또 아직도 탈북자들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한사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길까 염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김] “남한 탈북자들에게는 물론 힘이 되겠지만 남한 정권이나 남한 국민들 사이에서 과연 오히려 트럼프가 왜 자꾸 북한을 끄집어 내고, 왜 그러는지 이런 분위기가 안나올지..”
데이비드 씨는 현송월, 김여정을 환영하는 듯한 남한사회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고위 간부였던 50대 탈북 남성은 익명을 전제로, 한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인권 활동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정권이 들어서면 탈북자들의 인권 활동을 제약했다고 이 탈북자는 주장했습니다.
동부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30대 탈북 남성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30대 탈북 남성] “이 분들이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하니까.. 국정연설에도 초대받고 백악관에도 초대받는구나..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아서 활동을 못하는 분들도 많을 수 있는데 그 분들도 계속 하던 일을 해 나갔으면 힘이라도 되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이 10년 계류 끝에 제정됐지만 아무 효력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인권에 대한 강한 입장이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영향을 끼치길 희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입장이 북한 정권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에서 고위 간부를 지낸 50대 탈북 남성은 북한의 인권 상황의 전세계 최하위라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이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은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이고 지속적으로 이같은 발언을 한다면 북한에게는 핵미사일 공격에 버금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다른 30대 탈북 남성은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북한인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에 큰 의미를 뒀습니다.
[녹취: 30대 탈북 남성] “인권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한 두번의 이벤트나 어떤 행사를 통해 남북관계 북-미 관계를 해결하려고 하는 북한의 시도에 미국이 무언의 경고를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남성은 미국 정부의 북한인권에 대한 이런 압박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잠재적 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는 미국과의 대화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겠다는 압박감에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이나 고아들의 삶을 형식적인 수준에서나마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내 탈북자들은 미국 정부의 북한인권과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미국 정부의 난민정책이나 미국 내 탈북자들의 정착지원 확대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진 않고 있습니다.
데보라 씨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탈북자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그저 미국이 아닌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랬습니다.
50대 탈북 남성은 탈북 난민을 더 많이 받아달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그런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공격적 `말폭탄'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이지, 다른 뜻은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10년 넘게 망명 신청을 연장하며 불안한 심정으로 살고 있는 데이비드 김 씨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탈북자들의 형편을 살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세 살 때 미국에 와서 올 가을 대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의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김] “한 걸음 더 나가서. 탈북자들...아이들 몰입이 될 수 있게.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 좀 크게 써서 좀 탈북자 정착애 대해서 통 크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말 만 아니라, 보여주면 북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데이비드 씨는 미국 정부가 신분이 불안정한 탈북자들의 형편을 배려해 주는 것은 북한 정권에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