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미북 회담에 엇갈린 평가…“모호한 합의 vs 본협상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식에서 두 정상이 서명한 성명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미 의회 내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공동성명에 구체적 내용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눈에 띄지만, 최종 합의가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는 신중한 평가도 많습니다. 미-북 회담 결과를 보는 의회의 시각을 이조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미-북 회담을 둘러싼 의회 내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는 공동성명의 성격을 둘러싼 근본적인 시각 차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을 ‘합의’로 간주하느냐, 아니면 ‘과정'으로 간주하느냐에 따른 이견입니다.

공동성명을 공식 합의로 간주하는 의원들은 주로 민주당 소속으로, 이들에겐 성명이 과장된 예고편 끝에 나온 공허한 문서에 불과합니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

메넨데즈 의원은 공동성명을 반복적으로 ‘합의’라 표현하며 구체적 내용이 결여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메넨데즈 의원] “All we have seen here is promises to make more promises but no substantive agreement…”

메넨데즈 의원은 14일 VOA에 현재까지 북한은 더 많은 약속을 만들기 위한 약속만 하고 실질적인 합의는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메넨데즈 의원은 회담 종료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도 공동성명을 “빈약한 합의”라 표현하면서, 세부 내용과 검증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가 전임 행정부들과 북한 사이에 이뤄진 어떤 것들보다도 성과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원 정보위와 외교위 소속인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의원도 12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두 정상 간의 이번 “합의“를 보면 북한의 양보를 많이 이끌어내지 못해 상당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도 공동성명에 큰 무게를 두는 시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동맹과 안보 측면에서 미-한 군사훈련을 계속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민주, 공화 양당의 인식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만은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중대한 전략적 결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부터 상응하는 양보를 받아내지 못했다는 데 집중돼 있습니다.

크리스 쿤스 미 민주당 상원의원.

상원 외교위 소속인 크리스 쿤스 민주당 의원입니다.

[녹취:쿤스 의원] “I’m gravely concerned that the President Trump may cancel our joint exercises which for many years have contributed to the readiness and training and integration of US and South Korean and Japanese and other forces without there being clear concessions from the North Koreas, a clear timeline to accomplish irreversible, verifiable and complete denuclearization…”

쿤스 의원은 14일 VOA에,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명백한 양보도 담기지 않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분명한 시간표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일 세 나라의 준비태세에 오랫동안 기여해온 연합군사훈련을 이런 조건 아래 취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회담 종료 직후부터 지난 사흘간 하루도 빠짐 없이 상원 본회의 연설에 나서 회담 결과를 문제삼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의 평가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회담은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의 과정’이기 때문에 공동성명만을 토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제임스 리시 공화당 상원의원.

의회를 대표해 향후 대북 협상에 ‘관찰자’ 역할로 참여할 상원 외교위 소속 제임스 리시 공화당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녹취:리시 의원] “Look, you are going to have to judge that along with all the other things that come out in the formal agreement between the two parties. I would never ever try to judge these things on transactions by transactions basis. That would be the wrong way to do this…”

리시 의원은 14일 VOA에 미국과 북한이 도출하는 “공식적 합의”에 담기는 모든 것들을 전체적으로 판단해야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매매 방식으로 현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연합훈련 중단 방침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리시 의원] “That’s something that’s a part of negotiations. I’ve told you over and over. I’m not going to go in and pick items by items and say what they should do. It’s going to be dependent on the whole package that they bring together…”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협상의 일부인 만큼, 각 조항을 하나 하나 들먹이는 대신 앞으로 도출될 모든 것을 통틀어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존 코닌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도 12일 기자들에게 이번 첫 회담은 마치 두 명의 권투 선수가 장갑을 만진 수준에 불과하다며 본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공감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공동성명 자체만 보면 북한에 요구되는 구체적 내용이 결여됐고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찬사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공화당 의원들도 일부 수긍하고 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이와 관련해 상원 외교위 소속인 루비오 의원은 14일 VOA에, 타당한 비판도 있지만 각각의 요소들을 과장하는 비판도 일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루비오 의원] “Some of it is fair and some of it is hyping up the different elements, how many flags are behind them, what the President said about, does that…”

가령 회담장에 국기가 몇 개 설치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저런 말을 했다는 등 일부분에만 초점을 맞춘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는 겁니다.

루비오 의원은 또 연합훈련 중단 문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큰 무게를 두지 않았습니다.

물론 ‘전쟁게임’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김정은이 대화를 하자고 먼저 다가온 이유는 연합훈련이 아니라 제재 때문인 만큼 제재 유지가 중요한 사안이라는 겁니다.

루비오 의원은 14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서도 이번 회담은 양측이 서로를 알게 된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합의를 도출한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협상에 나서며 부정적일 순 없다며 협상을 직접 주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태도로 낙관하는 것이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북한의 과거 행동을 감안해 회의적이어야 마땅하며, 이것이 의회의 임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찬사에 대해선 당적과 관계없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와 미국의 가치를 고려할 때 김정은에 대한 칭찬은 자제했었어야 마땅하다는 겁니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

하원 정보위와 외교위 소속인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의원은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독재자이며 폭군인 김정은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치켜세웠다며, 미국인들이 듣기 굉장히 불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카스트로 의원] “He was also very complimentary about a leader who is a dictator and a despot…”

공화당 소속의 오린 해치 상원의장 대행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강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강한 사람은 10만 명에 이르는 정치적 반대자를 수용소에 가두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루비오 의원도 김정은을 주인 없는 개나 고양이를 잡는 일을 하는 사람의 역량에도 못 미치는, 그의 보조 역할이나 할 인물로 비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처럼 김정은은 재능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또 김정은은 김정일과 김일성으로부터 가업을 승계 받았으며 완전한 괴짜일 뿐 아니라 어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선출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동의한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녹취:코커 위원장] “We’re going to have Secretary Pompeo in soon to talk about what really was agreed in Singapore and where we are going… Again, until we get Pompeo in, it’s really hard to determine if any concrete agreements were made…”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14일 VOA에 미-북 간 어떤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는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결과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카스트로 의원도 VOA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단독회담은 이번 회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둘과 통역사들을 제외하곤 누구도 합의에 관한 실제 내용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코커 위원장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곧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회담에서 나온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점만큼은 초당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벤 카딘 민주당 상원의원

상원 외교위 소속인 벤 카딘 민주당 의원입니다.

[녹취:카딘 의원] “All of us want this to succeed. All of us want North Korea to end their nuclear program…”

카딘 의원은 14일 VOA에 의회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의원들은 대통령이 소속된 당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입법부라는 의회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행동해 북한 문제가 올바르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