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북 협상 과정을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전직 미 관리들이 권고했습니다. 6·12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많은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회가 향후 대북 제재 해제와 동맹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가 20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진단하는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세 명의 전직 관리들은 모두 회담 결과에 미흡한 게 많다며 입법부인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협상을 적극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을 통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그린 선임부소장] “Kim Jong-un has certainly achieved two of his objectives. First, he is now able to claim de facto U.S. recognition of his nuclear weapons status.”
김정은이 미국으로부터 사실상 핵무기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했고 최대의 대북 압박을 무디게 희석시켰다는 겁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정도라며, 그러나 과거 이런 동결을 어겼던 북한 정권의 전례로 볼 때 언제든 시험을 재개할 수 있고, 시험 중단이 곧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동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도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과거 합의와 비교해 새로운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re was nothing new in the Singapore Communique as you pointed out. Each of the four major components were in previous accords with North Korea…”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의 4개 조항은 모두 과거 합의에 담겨 있을 뿐 아니라 더 강력하고 포괄적이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9·19 공동성명보다 약하다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은 북한 정권의 다양한 위협과 공격에 대응한 미-한 동맹의 억제와 방어력을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국장도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가장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덴마크 국장] “This gave away a major piece of leverage while over time weakening the capabilities of our forces stationed in Korea, for no appreciable gain.”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은 주한미군의 전력을 지속해서 약화시키고, 뚜렷하게 얻은 것도 없이 중대한 지렛대를 북한 정권에 거저 준 꼴이란 겁니다.
반면 북한은 언제든 대규모 군사훈련을 할 수 있고 핵·미사일 시험 중단 약속은 공동성명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싱가포르에서 “나쁜 합의”를 했다고 덴마크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북한과 외교를 재개하고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발굴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 행보지만, 전반적으로 받은 것은 별로 없이 많은 것을 양보한 회담이었다는 겁니다.
전직 관리들은 북한과의 협상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런 부정적 결과 때문에 행정부를 견제하고 지원하는 의회의 역할이 앞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린 선임부소장은 북한 정권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다면, 의회가 나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에 2차 제재를 가하는 등 보다 완전한 대북 제재의 이행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린 선임부소장] “Absent real steps towards denuclearization, Congress would be right to insist on fuller implementation of sanctions, including secondary sanctions against Chinese or Russian firms…”
특히 이런 의회의 압박은 오는 9월로 예상되는 김정은의 유엔총회 연설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린 선임부소장은 또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일방적 중단은 동맹국들에 “폭탄선언”이었다며, 의회가 동맹 관리를 더 크게 감독하고 동맹을 압박하는 중국의 행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물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모든 합의를 말이 아닌 문서로 구체적이고 신중히 기재하고 자세한 이정표를 세워야 하며, 북한 정권을 신뢰가 아닌 불신 하면서 검증하고 인권에 대한 진전 없이 미-북 관계 정상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습니다.
세 명의 전직 관리들은 또 주목할 만한 진전 없이 대북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되며, 동맹국들과 공유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많은 의원도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테드 요호 아태 소위원장은 싱가포르 합의에 새로운 게 없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결정에 대해 정당과 소속에 관계없이 실망감이 널리 퍼져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요호 위원장] “There’s been widespread disappointment regardless of party and affiliation that the United States would make this concession when North Korean is…
요호 위원장은 미국이 이렇게 자진해서 동북아 내 전략적 역량을 축소하는 것보다 중국과 러시아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이런 조치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방어 옵션이 타격 받지 않도록 의회가 상황을 확실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할 때까지 압박을 유지하고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안보 공약을 확실히 하면서 의회가 적극적인 감독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측 간사인 브레드 셔먼 의원도 추가 제재를 안 하고 김정은이 숨을 쉬는 것을 어렵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압박 강화를 포기한 것이라며 이는 김정은에게 엄청난 승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셔먼 의원] “That is a huge win for Kim. Finally, for reasons I don’t understand….”
반면 공화당의 다나 로라바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로라바커 의원] “This president has made more progress toward bringing peace to the Korean peninsula than any other president, any other American leader in our life time.”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우리 시대의 어떤 대통령과 지도자보다 더 큰 진전을 이뤄냈다는 겁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부대변인을 지낸 로라바커 의원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많은 전술로 옛 소련의 문을 열었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문을 열었다며 아직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지 말고 성공하도록 계속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