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북 실무회담 토대로 후속 협상 전망

  • 윤국한

지난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 현장. 북한의 미래에 관한 영상 앞에 존 켈리(오른쪽) 백악관 비서실장이 앉아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후속 협상과 조치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 수준의 물밑접촉이 계속되고 있어, 고위급 협상도 곧 시작될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린 지 두 주가 지났는데요.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후속 협상이 아직 열리지 않고 있지요?

기자)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에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북한 측 상대방이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후속 협상을 갖기로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지난주에 폼페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지만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폼페오 장관의 상대도 아직 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진행자) 정상회담 이후 뭔가 `이상기류’가 생긴 건 아닌가요?

기자) 아닙니다. 미국과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논의되거나 합의한 사안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공식 발표했고, 북한은 한국전쟁 중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큰 성공’이라고 자평하면서 북한의 밝은 미래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60년 넘게 계속돼 온 미국에 대한 비난을 중단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후속 협상이 왜 아직 열리지 않고 있는 건가요?

기자) 폼페오 장관과 북한 측 상대의 고위급 협상은 열리지 않고 있지만, 양측 실무자들의 회담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폼페오 장관은 어제 (27일) 상원 청문회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하면서, 자신이 주도하는 협상팀에 핵 전문가와 한국.아시아 전문가,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실무자들의 물밑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 하고 있나 보군요?

기자) 그럴 수 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의 내용을 공개할 경우 미국이 목적하는 결과를 얻는 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뭔가 민감하면서 중요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일부에서는 비핵화의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한 폼페오 장관의 최근 발언도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의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인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20년 안에 주요 비핵화를 완료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는 일은 피하겠다는 의사는 분명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오븐에서 칠면조를 너무 빨리 꺼내는’것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미-북 양측은 비핵화 이행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 구체적인 시간표를 마련해 속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은 현재 정상회담의 합의를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상황인데요, 다음 조치는 어떤 게 예상되나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탄도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 조치가 유력합니다. 북한은 조만간 이뤄질 폼페오 장관의 평양 방문에 맞춰 이 약속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려나가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신고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체제 안전보장과 관련해 북한에 제시할 조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평양에 상주대표부 신설과 한국전쟁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제재 해제, 경제협력, 관계 정상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테러지원국 지정과 미국인들의 북한 방문 금지 해제 등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북한의 후속 협상은 단계별 비핵화 조치의 내용과 시한, 그리고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진행자) 그러려면, 비핵화의 시간표를 마련하는 게 불가피할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북 핵 협상의 성패는 양측이 이 시간표에 합의하고, 확실하게 실행에 옮기는 데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정상회담에 앞서 여러 차례 열린 실무회담에서도 이 문제에 관해 접점을 찾지 못했었는데요, 양측이 공동성명에서 상호 신뢰를 강조한 건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