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리는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과 정부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15년 만에 열리는 이 대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낼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방북단이 3일 11시10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는 북한 원길우 체육성 부상이 나와 방북단을 맞았습니다.
조 장관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감회가 깊다”며,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남측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또 화해 협력을 바라는 마음을 안고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우리 평양 주민들, 북측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겠습니다.”
이보다 앞서 한국 방북단은 이날 오전 10시쯤 군 수송기 2대에 나눠 타고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북한으로 향했습니다.
조 장관은 출발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번 평양통일농구대회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행사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되고 이번 평양 통일농구대회가 한반도 평화를 더 진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이어 조 장관은 이번 평양통일농구대회가 7·4 공동성명을 계기로 개최가 돼서 더욱 뜻 깊다고 말했습니다.
방북단은 국가대표 선수를 중심으로 한 남녀 농구선수단 50명과 정부대표단 5명, 취재기자단과 중계방송팀 등 모두 101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남자 대표팀 감독을 맡은 허재 감독은 이번 기회를 통해 1년에 한두 번이라도 남북이 같이 경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3년에 선수로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가했던 허 감독은 당시 보다 지금이 더 설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재 감독] “15년 만에 감독으로 가니까 감회가 새롭고요, 설레기도 하고, 또 북한 선수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에 선수 때보다 감독으로 가는 게 더 설레고 감회가 깊은 것 같습니다.”
이번 남북통일농구대회는 4일 남북한 선수들이 혼합해서 한 팀을 이뤄 경기하는 혼합경기 방식으로, 5일에는 남북한 선수들이 각각 팀을 구성해 경기하는 친선경기 방식으로 치러집니다.
한국 여자선수단의 주장인 임영희 선수는 북한 선수들과 한 팀을 이루는 혼합경기에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임영희 선수] “북한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할 수 있고, 농구를 하면서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승패도 중요하지만, 즐길 수 있는 농구를 하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번 남북통일농구대회 한국 남자선수단에는 지난 1월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고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리카르도 라틀리프 선수도 포함됐습니다.
라틀리프 선수는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어떤 감정인지 표현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나라를 대표해 가는 것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북통일농구대회는 이번에 네 번째입니다. 1999년 9월 평양에서 정주영체육관 기공 기념으로 남자팀 현대, 여자팀 현대산업개발이 북한과 경기를 했고, 3개월 후인 1999년 12월에는 북한팀이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2003년에는 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으로 평양에서 다시 경기가 열린 후 중단됐습니다.
남북한은 지난달 18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체육회담에서 통일농구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경평 축구경기 부활을 제안하자 농구부터 하자고 역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남북통일농구대회 때 김 위원장이 경기장을 직접 방문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한국예술단의 평양 공연 때도 공연장을 깜짝 방문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나고 공연을 마친 걸그룹 '레드벨벳'과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황성운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황성운 대변인] “나머지 행사는 아마 협의 중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측에서 어떤 분이 참석하실지는 아직 정확하게 저희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명균 장관을 비롯한 한국 정부 대표단이 방북 기간 중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접촉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방북단이 군 수송기를 타고 북한을 방문한 데 대해 북한 측 인사들이 놀라며 의아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당초 이번 행사에 민간 항공기 운항을 고려했지만 섭외와 계약,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 해결 등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한 데, 촉박한 일정과 여건을 감안해 불가피하게 군용기를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