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2천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여기에 보복할 경우 또 다른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일주일 일정으로 유럽 순방에 돌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을 신랄하게 비판했고요. 영국 정부 안에서 ‘브렉시트(Brexit)’ 방식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는 사정,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천억 달러어치에 새로 관세를 매긴다고요?
기자) 네. 2천억 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 6천여 개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입니다. 세율은 10%인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지시했다고 미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어제(10일) 성명을 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1년 넘도록, 불공정 무역관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중국의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이는 미국 경제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관세를 결정한 이유가 뭐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예고했던 사항입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5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25% 신규 관세를 확정하고, 지난 금요일(6일)자로 340억 달러어치에 먼저 발효시켰는데요. “유보하고 있는 2천억 달러어치가 있고, 3천억 달러가 더 남아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말했습니다. 중국이 같은 날 똑같이 340억 달러어치, 미국산 자동차 등에 보복관세를 매기자, 미국이 이번에 2천억 달러어치 추가 관세 계획을 공표한 겁니다.
진행자) 새로 관세를 매길 2천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들, 어떤 품목인가요?
기자) 석탄과 철강, 화학, 첨단기술 제품에 더해, 텔레비전 부품,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도 있고요. 의류, 미용용품, 여성용 손가방, 가구, 자동차 타이어, 디지털 사진기, 야구 장갑, 개·고양이 사료 같은 일반 소비재가 망라됐습니다. 또 정어리, 참치, 대구, 캐비어(철갑상어 알), 개구리 다리, 마늘, 양배추, 오렌지 같은 농수산물도 다수 들어가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것들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관세 때문에 가격이 높아지면 미국 소비자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해, 소비재는 최대한 제외했던 이전 관세 조치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인데요. 앞서 미국 정부가 관세를 확정한 500억 달러 제품들은 주로, 중국의 차세대 기술육성 사업인 ‘중국제조 2025’에 해당하는 반도체, 항공기 부품, 화학제품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소비재까지 관세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미-중 무역전쟁을 실감하게 됐다고 소매업계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업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기자) 미국인들이 매일 매일 사서 쓰는 물건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추가 세금을 걷는 것과 같다고 전미소매업연맹(NRF) 관계자가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습니다. 'UBS금융'의 로버트 마틴 경제학자는, “중국은 미국에 가장 많은 소비재를 공급하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번 조치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 방해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우려하는데요. 오린 해치(공화) 상원의원은 “중국의 강제적 기술이전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은 지지하지만, 이번 조치는 무모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영향 받을 관세 부과, 언제부터 발효되나요?
기자) 아직 두 달 정도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실무 검토 과정과 함께, 다음 달 말에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인데요. 이 기간에 미-중 당국이 전격 대화에 나서, 최종 발효는 하지 않을 가능성도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점치고 있습니다. 주요 경제 매체들은, 이번 조치가 워낙 파급력이 커서, 실제로 발효시키기보다는, 대중 무역협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 가운데 하나로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즉각 보복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늘(11일) 상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행위에 경악한다”면서,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복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외교부도 비슷한 내용으로 논평했는데요.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행위는 전형적인 무역 패권주의”라면서, “중국은 반드시 필요한 반격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하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중국이 보복하면, 새로운 관세를 또 매기겠다고 미국 정부는 공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3천억 달러어치 관세 부과가 남아있는데요. 그러면, 앞서 결정한 500억과 이번 2천억 달러를 포함해 총 5천5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제품이 관세 대상이 되는 겁니다.
진행자) 5천500억 달러면,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기자) 지난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총액 5천55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게 되는 건데요.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액수는 1천3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해, 중국으로서는 매번 보복 관세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대중국 대규모 관세 방침 여파가 금융시장에 미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어제(10일)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중국기업들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유망 기술기업인 ‘텐센트’는 전날보다 3.38%나 빠졌고요. 대형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가 0.10% 하락했습니다. 오늘 뉴욕증시 방향을 가늠하는 지수선물도 약세인데요. 다우존스와 S&P500, 나스닥 선물이 새벽 시간 모두 하락세였습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76% 급락세로 오늘 장을 마쳤고요. 홍콩 항셍지수도 1.29% 떨어졌습니다. 위안화 가치도 함께 하락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을 강하게 비판했다고요?
기자) 네. 방위비 지출 문제 때문인데요. 오늘(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격한 어휘를 사용해 독일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w if you look at it, Germany is captive of Russia...."
기자) 독일은 러시아에서 아주 많은 석유와 가스를 받고 있어서, 러시아에 포로가 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독일이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주요 회원국들이 방위에 충분히 돈을 안 쓴다고 꾸준히 비난해 왔는데요. 독일의 경우, 막상 방위비는 안 쓰면서, 나토의 공동방위 상대인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사오느라 막대한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진행중인 ‘노스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가리킨 건데요. “독일이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는 동안, 우리(미국)는 러시아를 상대로 독일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독일은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방위비 지출과 에너지 거래는 별개이고, 독일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한다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반박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늘 브뤼셀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는 소련이 통치했던 동독에서 산 사람”이라면서, 독일이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는 발상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노스스트림2’ 가스관 사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시각도 있다고 회동 후 기자들에게 말했는데요. 이 문제가 나토와는 관련이 없고, 독일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톨텐베르크 총장 발언,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 “We are stronger than apart...."
기자) 이어서 나토의 단합을 강조했는데요. “우리는 함께 할 때 더욱 강하다”면서 미군과 캐나다, 유럽국가들의 군사력 공조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브뤼셀에서 내일(12일)까지 나토 정상회의가 진행되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브뤼셀 나토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영국 방문에 이어, 핀란드 헬싱키로 가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취임 후 첫 단독 회담을 하는데요. 어제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가는 전용 헬기에 오르기에 앞서 소감을 밝혔습니다. "나토 정상회의에 갔다가 영국으로 가는데, 영국은 지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서, 그리고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데,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게 가장 쉬운 일정이 될 것 같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진행자) 나토 정상회의와 영국 방문은 어려운 일정이 될 걸로 예상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 문제 때문인데요. "나토는 그 동안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았다. 미국은 돈을 너무 많이 쓰고, 다른 회원국들은 너무 적게 쓴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적했습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모든 회원국이 만족할 해법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돈을 너무 많이 쓰고, 다른 나토 국가들은 너무 적게 쓴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말이죠?
기자) 나토 회원국들이 각자 국내총생산(GDP)의 2%씩 방위비에 할당하기로, 지난 2014년에 10년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이 약속을 충족하는 나라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5개 나라밖에 안됩니다. 29개 나토 회원국 대다수의 방위비가 2%에 훨씬 못 미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이번 정상회의 의제로 우선할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브뤼셀에 도착한 직후에도 이런 내용을 인터넷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트위터’에 뭐라고 적었습니까?
기자) 미국이 지켜주고 있는 많은 나토 국가들이, 그나마 낮은 2%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에 수년 동안 빚을 지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들이 과연 그걸 갚을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물었습니다.
진행자) 다른 회원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압박에 조금 변화가 보입니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어제(10일) 정상회의 전야 연설에서 “올해 8개 나라가 2% 방위비를 기준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미국과 영국 외에, 그리스,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가 그 나라들입니다.
진행자) 나토 정상회의 이후, 영국 방문도 어려운 일정이 될 걸로 트럼프 대통령이 봤는데, 왜 그렇죠?
기자) 영국에서 지금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 방식을 놓고 테레사 메이 총리와 야당 사이, 그리고 내각 안에서도 의견 충돌이 이어졌는데요. 결국 브렉시트 담당 장관과 외무장관이 잇따라 사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방문 직전 물러나게 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이 좋은 친구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는데요. 영국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련 소식은 잠시 후 상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영국 야당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를 놓고 국민투표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내년 3월로 예정된 브렉시트 탈퇴 마감 시한을 놓고 지금 영국 정치권이 극심한 혼란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야당인 노동당의 톰 왓슨 부대표가 10일, 만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놓은 브렉시트 안이 제대로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새로 국민투표를 치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주목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영국의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43년 만에 EU 탈퇴를 결정했는데요. 이후 지루한 협상 과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테레사 메이 총리가 내놓은 합의안은 어떤 겁니까?
기자) 현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EU와 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EU와 관세 동맹을 수립하거나, EU 규정에 맞는 자유무역 지대를 설치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단일 시장 접근권을 확보하길 원하고 있고요. 또 사법 분쟁에 있어서도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최대한 존중하는 등 말 그대로 부드러운 EU 탈퇴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집권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심해 지금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주요 각료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EU로부터의 완전 탈퇴를 의미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추진했던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부장관이 8일 밤 사임 의사를 밝혔고요. 불과 몇 시간 만인 9일,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까지 사임을 선언하면서 지금 영국 정치권은 극도의 혼란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들은 영국이 EU에 속박되지 않으려면 EU 단일 시장에서 완전히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진행자) 브렉시트부면, 브렉시트 현안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인데요. 주무 부처의 장· 차관이 한꺼번에 사임하고, 외무장관까지 사임하면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테레사 메이 총리도 즉각 데이비스 장관의 후임으로 도미닉 랍 주택부 부장관을 임명하고, 보리스 외무장관 후임에는 제러미 헌트 보건 장관을 임명하며 빠르게 수습하고 나섰습니다. 10일 오전에는 개각 후 첫 각료회의도 주재했는데요. 하지만 당장 오는 12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첫 국빈 방문을 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라 메이 총리의 행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진행자) 테레사 메이 총리, 큰 정치적 고비를 맞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집권 보수당 일각에서는 총리 교체론까지 나오는 상황인데요. 국민들의 여론도 메이 총리에게 더 이상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영국 '스카이뉴스(Sky News)'가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량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요. 22%만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톰 왓슨 노동당 부대표는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합의안도 절대적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없다며 국민투표만이 지금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EU 측은 영국 국내의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협상 시한이 촉박하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브렉시트 예정일은 내년 3월 29일이지만, 영국과 EU는 올해 10월까지는 최대한 협상안을 마무리 짓기로 했었는데요. EU 측은 영국 내 내분이 길어질 경우, 영국과 아무런 협상도 하지 않고, 브렉시트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