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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또 '러시아 독극물'...유엔 "로힝야 위기 여전"


영국 런던 남부의 윌트셔 에임즈베리에서 40대 남녀가 '노비촉'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후 의식불명으로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5일 두 남녀의 거주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영국 런던 남부의 윌트셔 에임즈베리에서 40대 남녀가 '노비촉'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후 의식불명으로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5일 두 남녀의 거주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에서 40대 남녀가, 러시아에서 만든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돼 위독합니다.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외교 문제가 됐는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로힝야족 난민 사태를 일으킨 미얀마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유엔인권대표가 촉구했고요. 이어서, 일본 에너지 계획에 ‘플루토늄 감축’을 처음 명기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영국에서 러시아산 신경작용제 사건이 또 발생했군요?

기자) 네. 영국 남부 에임즈베리의 40대 남녀가, 함께 살던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지난주 토요일(30일)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처음에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약물 중독으로 봤는데요. 수사 결과, 러시아에서 만든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던 것으로 어제(4일)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에도 ‘노비촉’ 때문에 러시아 이중 스파이 출신 부녀가 중태에 빠진 일이 있었는데요. 수사 당국과 영국 정부는 두 사건의 연관 여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3월 사건은 외교 문제로 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2차대전 후 처음 러시아가 영국 땅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단행한 것’으로 사건 성격을 규정하고 러시아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는데요. 영국 정부는 즉각 러시아 외교 인력들을 추방하고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이어서 국제사회가 영국의 조치에 속속 동참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미국도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죠?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주재 러시아 대사관과 뉴욕 유엔본부에 근무하던 60명에게 3월 말, 추방을 명령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또, 시애틀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 폐쇄도 명령했는데요.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10여개 회원국과 우크라이나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러시아가 여기에 반격하면서, 러시아 대 서방 각국의 외교적 긴장이 높아졌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반격은 어떤 내용이었죠?

기자) 서방 측의 조치를 그대로 되갚았습니다. 미국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했는데요. 미국 외 다른 나라 외교관 90명까지 총 150명을 맞추방하면서 파장이 커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이런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외교 대치의 원인을 제공한 러시아가, 오히려 “피해자처럼 군다”고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사건은 진상규명이 됐나요?

기자) 아직까지 누가, 왜 신경작용제를 사용했는지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러시아군 정보기관에 근무하다 영국 대외정보국(MI6)에 협조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인데요. 러시아 측이 요원을 영국에 보내 독살을 기도했던 걸로 국제사회는 봤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계속 책임을 부인했는데요.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 사건이, 서방 측이 꾸며낸 “러시아 ‘악마화’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고요. 그 배후에는 미국과 영국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3개월여 만에 또 ‘노비촉’이 나왔다면, 역시 러시아의 소행으로 영국 정부가 보는 건가요?

기자)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이번에 “쓰러진 남녀가 공격의 대상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영국 경찰이 밝혔는데요. 그렇다면, 지난 3월 사용된 ‘노비촉’이 현장에 남아있던 것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남습니다. 영국방송 BBC는 지난 번 사건이 벌어진 솔즈베리에, 피해자들이 지난주 금요일(29일) 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리곤 바로 다음 날, 집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겁니다. 현재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영국 현지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영국 정부는 긴급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지난 3월 솔즈베리에서 일어난 무모하고 잔인한 공격에 이어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면서, 오늘(5일) 정부비상대책회의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은 3개월여 만에 다시 신경작용제 공포에 휩싸여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는데요. 당국은 일반 대중에 신경작용제가 노출될 위험은 낮다고 안심시키는 중입니다.

진행자) 신경작용제가 뭐고, 러시아에서 만들었다는 ‘노비촉’은 어떤 건가요?

기자) 신경작용제는 인체에 들어가서, 신경의 균형을 파괴해 단시간에 사망하게 하는 독극물의 일종인데요. ‘노비촉(Novichok)’은 옛 소련에서 군사용으로 개발한 물질입니다. 지난 3월 노비촉에 노출돼 중태에 빠졌던 스크리팔 부녀는, 노출 정도가 약해, 얼마 후 회복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의 원인이 뭐냐에 따라, 다시 파장이 커질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영국과 러시아 사이 외교 갈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지난 3월 사건에서 남아있던 ‘노비촉’에 다시 피해자가 나온 거라면, 사건 뒤처리를 제대로 안 한 영국 당국에 비난이 높아질 전망입니다. 당국은 사건 이후 몇 달에 걸쳐, 스크리팔 부녀가 다닌 곳 마다 잔여물질을 제거해왔다고 BBC방송은 전했는데요. 하지만 ‘더 타임스’ 신문은, 순도 높은 ‘노비촉’의 경우 한 두방울이면 목숨을 위협할 수 있고, 넉 달이 지나도 치명적인 독성을 유지한다며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유엔인권대표가 로힝야 난민 문제를 다시 거론했군요?

기자) 네. 다음달 퇴임하는 자이드 라아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어제(4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 전체 회의에서 마지막 연설을 했습니다. 로힝야 난민 문제가 아직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서 군인과 불교도들이 저지르는 폭력과 박해, 살인, 방화가 지금도 만연하다면서, 미얀마 당국의 책임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로힝야 난민 사태, 지난해 여름부터 1년 가까이 국제적인 현안이죠?

기자) 네. 지난해 8월, 로힝야 무장세력이 경찰 시설 등을 공격한 일 이후, 미얀마 정부가 군을 동원해 대대적인 ‘테러 소탕 작전’에 나섰는데요. 이 과정에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살인과 방화, 성폭력 등이 자행되면서 국제적인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유엔은 이 사건을 미얀마 정부에 의한 ‘인종청소’로 규정했고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진행자) 살인과 방화를 피해 난민 행렬이 이어졌죠?

기자) 네. 지금까지 총 70만명 이상이 이웃나라 방글라데시, 멀게는 인도까지 피난한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가 평화적 송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해 초 이행작업에 들어가면서, 사태 해결 기대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1만1천 명 이상 난민 행렬이 방글라데시로 이어졌다고, 자이드 대표가 어제(4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진행자) 자이드 대표의 보고서 내용, 더 들여다보죠.

기자) 미얀마 당국이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협조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진상규명이 어렵도록 ‘눈가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미얀마 당국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자이드 대표는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자이드 유엔인권대표의 지적에 대한 미얀마 당국의 입장은 뭔가요?

기자) 어제(4일) 자이드 대표 연설 현장에 미얀마 대표단도 있었는데요.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이드 대표는 미얀마 대표단을 향해 “부끄럽지도 않느냐”,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라며 계속해서 책임을 추궁했는데요. 2시간 여 동안 이어진 회의 일정에서 어떤 대답도 없었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 족을 탄압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로힝야 족은 불교국가인 미얀마에 사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데요. 미얀마 당국은 종교와 문화가 다른 로힝야 주민들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이민으로 간주하는데요. 이 때문에 생활의 기본적인 권리들이 제약되고, 로힝야 측이 여기에 저항하면서 오랫동안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가 맺은 송환 양해각서에도, 사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시민권 보장 규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로힝야 난민 사태를 어떻게 봅니까?

기자) 미국은 로힝야 족에 대한 잔학 행위를 주도한 사유로, 전 미얀마군 서부지역 사령관 마웅 마웅 소 장군을 지난해 12월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인권 침해와 부패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제재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사태를 평화적으로 풀기위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는 중입니다.

지난 2011년 일본 도쿄에서 1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카이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이 보인다. (자료사진)
지난 2011년 일본 도쿄에서 1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카이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이 보인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 보겠습니다. 일본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 계획을 내놓았군요.

기자) 네, 일본 내각이 이번 주(3일) 중·장기 국가에너지 정책인 '에너지기본계획'을 승인했는데요. 오는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에너지 계획에 사상 처음으로 일본 정부가 플루토늄 보유량 감축의 필요성을 언급해 주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일본은 플루토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습니까?

기자) 약 47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중 4분의 3 이상이 프랑스와 영국에 보관돼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의 플루토늄을 프랑스와 영국이 보관하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일본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우라늄과 혼합한 '우라늄혼합산화물(MOX)' 연료로 핵연료 비용 절감을 추진해왔는데요. 하지만 이를 위해 개발한 실험용 고속증식로가 잦은 고장을 일으켜 국내에서는 재처리가 어려워졌고요. 그래서 영국과 프랑스에 재처리를 위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비핵보유국인 일본이 플루토늄 재처리를 하는 게 가능한가요?

기자) 원래 사용후 핵연료는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재처리가 금지돼 있는데요. 하지만 일본은 1987년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원자력 발전에 다시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비핵보유국 중에서 플루토늄 재처리를 인정받은 나라는 일본이 유일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지금 국제사회가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 현황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라고요.

기자) 네,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적합하게 플루토늄을 다루고 있고, 핵확산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 양이면 약 6천 개의 원자 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일본 정부가 새 에너지 정책에서 플루토늄 보유량 감축을 언급했다고 했는데, 그럼 앞으로 플루토늄을 얼마나 줄이는 건가요?

기자)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일정표나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본 내부에서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계획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새 에너지 정책의 또다른 주요 내용도 한번 볼까요?

기자) 네,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원자력 에너지의 비중을 20~22%,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22~24%로 삼았는데요. 하지만 지난 2014년에 제시했던 목표와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일본 정부는 또,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은 2013년 대비 80% 줄이겠다는 목표도 삼고 있는데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일본 당국이 또 하나의 원전 가동을 사실상 승인했다고요.

기자) 네, 일본 핵 원자력 감시 기구가 4일, '도카이 2호' 원전의 재가동을 사실상 승인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쓰나미 피해를 당한 원전으로서는 첫 사례인데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안전 대책이 규제기준에 적합하다는 내용의 '심사서안'을 승인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당국이 최근 원전 가동을 속속 승인하고 있군요.

기자) 네, 일본은 지난 2013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후 이듬해 원전 가동을 아예 중단했는데요. 하지만 2015년 원전 제로(0) 정책을 폐기한 후 다시 원전 재가동 결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쿄 동북부 이바라키현에 있는 도카이 2호 원전은 수도권에 있는 유일한 원전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럼 도카이 2호 원전은 언제 재가동되는 겁니까?

기자) 앞으로 2번의 관문이 더 남아있습니다. 우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고요. 현재 도카이 2호 원전은 오는 11월로 가동 40년이 되는데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 가동 기간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하고, 당국의 승인이 있을때만 1회에 한해, 최장20년까지 연장하게 했습니다. 따라서 오는 11월까지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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